금리 연 3.61%, 3년여 만에 최고
당국 대출 억제에 돈줄도 막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시중 대출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1일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시행되면 가계 입장에선 빚 내기는 더 어려워지고 대출상환 부담은 한층 커지는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61%로 2014년 10월(3.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더해지면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3.39%)부터 넉 달 연속 오르며 0.2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28%에서 3.42%로, 신용대출은 3.78%에서 4.49%로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 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은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 기조로 전환한 상황에서, 국제 금리를 선도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네 차례 인상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터라 국내 금리 인상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이미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이용 1,266가구 가운데 52%가 상환 금액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직 등 가계에 큰 변화가 생길 때에 대비한 원리금 상환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한 가구도 20.8%에 달했다. 특히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대출상환 금액이 소득의 30%에 가깝다 보니, 평균보다 훨씬 높은 58.9%가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31일부터 은행 대출 심사에 신DTI가 적용된다.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을 낼 때 제약 기준이 되는 부채상환금액에 기존 대출 원금과 기타대출 이자를 새로 산입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으로, 다주택자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도 재차 가계대출 억제 의지를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값 과열 현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은행에 대해선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엄정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은행의 의무 준수사항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이 불리하도록 하는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방안’의 연내 시행을 공언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상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은행 돈줄까지 막히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사업비, 생활비 등 주택 구입과 무관하게 쓰이는 돈의 비중이 40~50% 수준이다.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며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집중된 가계대출 억제책이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경우 가계부채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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