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외국인들 대상 판매
외형 바꿔 정품 박스에
개조 제품이라 수리도 어려워
“구매 전 중고 여부 확인해야”
콩고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샤퍼 트와이(30)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매장에서 30만원을 주고 산 휴대폰이 개통한 지 3시간이 안 돼 갑자기 꺼져버린 것. 온라인보다 7만원쯤 싸게 사긴 했지만, 점원이 분명 ‘신제품’이라고 했고 겉으로 확인했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원인은 며칠 뒤 수리점에 가서야 알게 됐다. 중고 제품에 외장만 새 것으로 갈아 끼운 ‘하우징(Housing) 폰’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환불을 받겠다고 매장을 찾았는데, 직원은 그 휴대폰을 판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제품을 팔 때는 영어가 유창했는데, 이날은 트와이씨 말을 못 알아듣겠다면서 한국말만 늘어놓았다. 트와이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똑같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고 휴대폰 중 하나인 하우징폰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부는 중고인데, 외관만으로는 신제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속기 쉽다. 주로 국내로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이나 선물용으로 휴대폰을 사 가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기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용산 아이파크몰 8층 매장. 휴대폰매장 50여 곳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 하우징폰 판매장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매장이 하우징폰을 취급하고 있다 해도 무방할 정도. 직원이 가지고 나온 하우징폰은 하나같이 신제품과 다를 게 없었다. 정품 박스에 포장이 돼 있었고 외관에는 보호필름까지 붙어 있었다. 한 종업원은 “외국인에게는 신제품이라고 해서 50만원 정도에 파는데, 한국인이니까 사기는 못 치겠고 26만원만 달라”고 했다. 새 제품의 절반이지만, 일반 중고폰보다는 10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종업원들은 “(하우징폰은)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려는 외국인들이 주로 구매를 한다”고 했다. 일부 매장은 아예 영어를 하는 외국인을 고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사기를 당했다는 걸 뒤늦게 알고 항의하러 오는 외국인들 때문에 빚어지는 소란도 “눈에 익을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품 값 주고 하우징폰을 샀다는 피해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피해는 구매자에게 돌아간다. 매장에서 순순히 환불을 해 주지 않는데다, 참고 써보려고 해도 갈아 끼워진 외장 틈새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등 고장이 잦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를 받을 수도 없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하우징폰 등 임의로 개조한 제품은 당연히 휴대폰 수리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며 “통화나 데이터 사용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구매하기 전에 중고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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