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볼썽사납지만 낙인을 찍어서야
분권형 블록체인의 활용가능성은 커
동전의 양면 보되 리스크는 대응해야
이런 거품과 광풍이라니! 비트코인이 대표하는 암호화폐는 폭탄처럼 터진다. 그렇다면 그 거품과 광풍 때문에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게 힘들다. 1990년대 말에도 IT 광풍과 거품이 있었지만, 인터넷은 단순히 거품이 아니라 역사를 만든 광풍임이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암호화폐가 동반하는 거품과 광풍도 바람직하지 않은 나쁜 현상이지만, 그 때문에 그것에 낙인을 찍기는 어렵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서 거래소 폐쇄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첫 번째 헛발질이었다. 금융 관계기관이 아니라 법무부라니? 거래를 금지한 국가는 중국ㆍ러시아ㆍ베트남 같은 나라들밖에 없는데, 정부가 그렇게 대응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 이어진 정부의 대응책도 한심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무능과 게으름은 이미 박근혜 정부로부터 시작됐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저런 방식으로 과세하면서 규제하고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거품과 광풍이 몰아친 다음에야 허둥지둥하고 있다. 지난 26일에야 기재부 과장 4명이 여러 나라의 과세 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출국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이런 게으름과 무능이 거품과 광풍을 조장했다. 그러나 정부만 탓할 수 없다. 매체와 연구자들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또 투기라는 명목으로 간단히 암호화폐를 매도하기도 어렵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다수의 2030세대가 정부의 거래소 폐쇄라는 어설픈 규제에 반대한 논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부동산 투자도 투기와 구별되지 않는데,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만 투기라는 이름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여러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의 거품을 몇 세기 전 튤립 거품과 비교하곤 하는데, 어설픈 비교다. 튤립 거품은 상징적 재화에 대한 과시적 투기였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거품과 광풍 속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구별하자는 주장이 자주 나오는데 원론적으론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둘을 분리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이 거래원장을 분산해서 승인하고 저장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컴퓨터를 가진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해 거래의 유효성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이때 암호를 푸는 일이 우스꽝스럽게 ‘채굴’이라고 불리며, 그 암호를 푼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코인이다. 따라서 나쁜 가상화폐는 몰아내고 블록체인 기술만 살리면 된다는 말은 공허할 뿐 아니라, 심지어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 또 암호를 푸는 ‘작업 증명’(Proof of Work)은 컴퓨터의 힘에 의존하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진다.
그럼 블록체인이 가진 가능성은 얼마나 큰가? 거대 은행들이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은 위기를 조장하고 있고, 인터넷 첫 세대의 이익도 구글 · 페이스북 · 아마존 같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2.0이라고 불리는 분권형 블록체인을 통하면 그 피해와 통제의 위험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그 가능성은 이상주의와 겹친다. 분권화는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앙 집중적 통제 방식은 여러 불만을 야기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금융결제에 국한된 것과 달리, 다른 블록체인은 이해관계자들의 직접 거래를 보장하고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버나 에어비엔비처럼 중개비용이 크지 않은 공유경제가 가능한 셈이다.
어쨌든, 거품과 광풍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능성이 큰 기술은 여러 면에서 거품과 광풍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덕분에 개인들의 활동은 다양화되고 풍부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정보 대기업들이 수익을 쓸어간다. 블록체인이 그것을 극복하고 분권형 네트워크를 열겠다지만, 그것은 다시 위험을 초래한다. 거품과 광풍만 꺼지게 하고 가능성만 살린다? 어렵다. 그 둘이 교차하면서 그것의 리스크가 발화하며, 그것을 다뤄야 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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