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이 인기를 끌며, 가정의 식탁뿐 아니라 식품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업계는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뛰어들어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에는 외식업체, 배달음식 주문 플랫폼과 유명 셰프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편식 제품은 점점 더 다양하고 고급스럽게 변신 중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식 시장은 3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외식업과 라면 등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후발업체들은 기존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이나 이색 메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브랜드 ‘원테이블’ 메뉴는 1인분에 5,000원이 넘는 제품이 대부분인데 출시 40일 만에 4만2,000세트가 팔리며 애초 목표보다 3배 이상 팔렸다. 신세계푸드는 자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의 메뉴를 간편식 브랜드로 만든 수프와 피자를 내놓았고, 김치로 유명한 대상 종가집은 프리미엄 간편 한식을 표방한 ‘종가반상’을 이달 출시했다. 몇 년 전만 해도 3,000원대 이하가 대부분이었던 편의점 도시락도 고급화하면서 5,000원 안팎의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GS25가 도시락 가격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4,000원 이상인 상품의 비중은 2014년 34%에서 지난해 78%로 43%포인트나 늘었다. 편의점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 도시락이 저렴한 가격에 대충 끼니를 때우던 용도였던 것과 달리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맛을 더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메뉴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크림 브륄레, 판나코타, 라따뚜이, 타르트 등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혼술족을 겨냥한 안주 간편식 시장이 고속성장하며 대상 청정원의 ‘안주야’를 필두로 오뚜기 ‘낭만포차’, 동원F&B ‘심야식당’, ‘사조대림 ‘수제직화’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중식당 만다복과 협력해 백년짜장을 내놓고, 현대백화점이 한식당 나루가온, 양대창구이 전문점 오발탄과 제휴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과 제휴한 상품 출시도 늘고 있다.
업계는 간편식 시장이 앞으로 현재보다 적어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간편식 인기의 주요 요인인 1, 2인 가구 중심의 인구구조 변화, 맞벌이 가구ㆍ여성 사회진출 증가 등 사회적 변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005년 전체 가구수의 42.2%였던 1, 2인 가구수는 2016년 54.1%로 늘었는데 2025년에는 62%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간편식 소비가 늘면서 직접 조리하는 횟수가 줄었거나(38.6%), 외식 및 배달음식 소비가 줄었다(23.4%)고 밝힌 사람이 62%에 달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유통교육원 유통연구소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는 물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식재료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간편식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며 “저가 간편식 시장과 건강과 영양을 고려한 프리미엄 시장이 동시에 발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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