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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집단폐사 90%는 AI아닌 농약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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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집단폐사 90%는 AI아닌 농약 탓

입력
2018.0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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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집단폐사한 채 발견된 야생오리 사체에서 치사량의 약 45.1배에 이르는 농약의 일종인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집단폐사한 채 발견된 야생오리 사체에서 치사량의 약 45.1배에 이르는 농약의 일종인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직박구리, 떼까마귀, 가창오리 등 잇따르는 야생조류의 집단폐사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닌 농약 때문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부분 고의적으로 야생조류를 죽이기 위해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돼 야생조류 보호를 위한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를 분석한 결과 90.6%인 29건(570마리)에서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에는 메소밀, 벤퓨라캅 등 현재는 판매가 금지된 농약도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3건(63마리)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질병, 아사, 사고사 등 자연환경 내의 일반적인 죽음으로 과학원 측은 추정했다. 하지만 32건 모두 조류인플루엔자(AI)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김용관 연구사는 “같은 종이라고 해도 개체마다 면역력과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으로 집단폐사하기는 어렵다”며 “야생조류를 죽이기 위해 고의로 농약을 볍씨에 섞어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죽은 집단폐사 사례는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에서 직박구리 119마리가 죽은 것으로, 사체 위의 내용물과 간에서 포스파미돈 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17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떼까마귀 집단폐사의 사체(86마리)에서도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검출됐다.

21일 충남 아산시에서 발생한 야생오리 등 집단폐사의 사체(22마리)에서는 치사량의 약 45.1배에 이르는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검출됐는데 사체 주변에서도 고의적으로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볍씨에서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 검출됐다.

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집단폐사한 야생오리 옆에서 발견된 볍씨에는 농약의 일종인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집단폐사한 야생오리 옆에서 발견된 볍씨에는 농약의 일종인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집단폐사 32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조류 사체의 위 내용물과 간 등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고도분석장비로 정량 분석해 국내ㆍ외에서 사용된 503종의 농약과 비교했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고의적으로 야생조류를 죽이기 위해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독물이나 농약 등을 살포해 야생생물을 포획ㆍ채취하거나 죽인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의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편 지난 한 해 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에서 총 1,215건(1,971마리)의 야생조류 폐사 신고를 접수 받았고, 이 기간 동안 동일지점에서 2마리 이상의 집단폐사는 149건(910마리)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총 1,215건의 폐사사건에 대해 AI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하고, 이 중 농약 중독으로 의심되는 29건과 올해 1월에 발생한 3건에 대해 농약 성분 유무를 추가로 분석했다.

지난 해 죽은 야생조류 1,971마리에서 AI 바이러스 검출은 27마리로 1.37%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충돌 등 사고사, 생태계 내 자연사, 농약 등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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