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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만큼 노인 많은 지방 중소병원… 안전기준은 훨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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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만큼 노인 많은 지방 중소병원… 안전기준은 훨씬 허술

입력
2018.01.3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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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차단 시설 기준도 느슨

요양병원은 규모 상관없이

제연ㆍ배연 설비 의무적 설치

정부, 스프링클러 대책 발표했지만

이용자 특성 감안한 세분화 필요

26일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26일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피해자(사망자 39명 포함) 19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57명. 10명 중 8명을 넘는다. 특히 90대가 40명, 80대가 71명에 달했다. 그렇다고 입원 환자 중 유독 노인 환자만 많이 희생된 건 아니다. 세종병원 입원환자 대부분은 노인이었다고 한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세종병원 입원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들이 90%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세종병원만의 현상이 아니다. 고령화와 지방 공동(空洞)화 현상 심화로 지방 중소병원의 병상이 노인 만성질환자들로 채워진 지 오래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급성기병원(일반병원)으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요양병원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각종 안전 기준은 요양병원에 비해 훨씬 약하다.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 이후 소방당국과 보건당국이 요양병원에는 대폭 기준을 높이면서도 내용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지방 중소병원에는 아무런 손을 대지 않은 탓이다. 치매나 뇌졸중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은 화재 등 안전 사고에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피난 약자’인 만큼 병원 종류가 아닌 질적인 내용에 따라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저출산과 이촌향도의 직격탄을 맞는 비수도권, 특히 농어촌 지역은 고령화 심화로 중소병원 병상을 만성질환 노인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병원 병상 수가 2006년 4만3,336개에서 2016년 24만6,373개로 6배 가까이 폭증을 했음에도, 급증하는 노인 환자를 다 소화하지 못하면서 지방의 경우 일반병원으로까지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탓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구 유출에 따른 환자 수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들이 고령화에 따라 노인 만성질환자로 타깃을 옮기는 경향이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로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노인이 많은 지방은 입원환자를 꺼리는 병원과, 입원환자를 적극 유치하는 병원들로 이분화되는 모양새다. 광주 지역의 한 개원의는 “낮은 입원 수가와 인력난으로 지방 중소병원들은 보통 입원 환자를 기피하고 있는데, 이런 틈새를 노려 50~100병상을 갖추고 노인 환자 입원을 유치하는 병원들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지방 중소병원에는 노인들이 몰리고 있지만 같은 규모의 요양병원에 비해 화재 등 안전 규제는 훨씬 느슨하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사후약방문 식으로 요양병원 규제만 강화한 탓이다. 이번 화재의 화를 키운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부터 요양병원과 일반병원은 확연히 다르다. 요양병원은 바닥 면적 합계가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600㎡ 미만이면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이미 지어진 요양병원이라 할지라도 올 6월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마쳐야 한다. 반면 일반병원은 4층 이상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곳, 또는 6층 이상인 신축 건물만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다. 이번 화재 참사에서 피해 규모를 키운 주 원인인 유독 가스를 막아줄 연기 배출 차단시설 역시 요양병원과 일반병원의 안전 기준 차이가 크다. 요양병원은 규모에 상관 없이 제연ㆍ배연 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 반면, 일반병원은 바닥면적이 1,000㎡ 이상(제연)이거나 6층 이상(배연)인 곳만 의무 설치 대상이다. 기준에 미치지 않는 일반병원은 제연ㆍ배연 설비를 두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신규 요양병원에는 화재의 확산을 늦추기 위한 방염 재질로 만들어진 커튼과 벽지, 카펫 등의 사용을 의무화 하고 있으나 일반병원에는 이런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출입문이나 안전관리자 지정 등 그 밖의 안전 기준도 차이가 크다.

지방의 경우 노인 만성질환자의 중소병원 입원이 늘고 있는데도 규제는 여전히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놨다. 이날 밀양화재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향후 중소병원(일반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축물의 면적을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여부가 갈리는데 앞으로 건물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해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 등 가연성 소재가 많이 사용되는 병원의 특성상 단순히 스프링클러 설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한층 강화된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의료법에 규정을 만들어 복지부가 병원의 가연성 물품 등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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