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보훈처가 치르기로
지역 숙원사업 일사천리로 추진
지방선거 염두한 시혜성 논란도
민주당, 민주화 바람 일으켜
보수지역 텃밭 TK 공략 의도
洪대표 “대구시장 사수” 결의
선거 패배땐 한국당 치명타
정부가 ‘대구 2ㆍ28 민주운동’ 행사를 올해부터 정부기념식으로 격상해 치른다.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권에서 번번이 무산됐던 일이다. 여권이 민주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고리로 영남 공략을 시도하는 문재인식 ‘동진정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6ㆍ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선거개입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28일 경북대에서 보훈처 주관으로 2ㆍ28 민주운동 정부기념식이 열린다. 지난해까지 지방의 민간단체가 주관하던 행사다. 보훈처는 지난 19일 이낙연 총리 주재 신년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부계획을 보고했다. 행정안전부도 관련 내용을 담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늦어도 2월 초까지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정부 주관 기념일을 새로 제정하려면 통상 수년에 걸쳐 부처 간 치열한 토론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일부 부처가 “다른 기념일과의 중복 여부, 국민적 공감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행안부), “1960년대 민주화운동은 4ㆍ19 혁명이 대표적”(보훈처)이라며 극구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반향이 컸던 5ㆍ18 기념식에 이어 올해는 2ㆍ28의 붐을 조성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2ㆍ28의 정부기념식 지정은 지역 사회의 오랜 숙원 사항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6ㆍ13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시혜성 정책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행안부는 정부기념일을 지정하는 주무부처인데, 마침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대구시장 물망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ㆍ28 행사를 정부기념식으로 치르면 선거법 위반소지는 피해갈지 모르지만, 특정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짧게는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길게는 2020년 21대 총선을 내다보는 포석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2020년은 이승만 독재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지 60년이 되는 해다. 대구(2ㆍ28)를 시작으로 경남 마산(3ㆍ15의거), 서울(4ㆍ19혁명)로 번져간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가며 전국적으로 ‘민주주의’의 바람을 일으킬 적기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보수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대구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설사 패하더라도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면 TK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는 치명타다. 홍준표 대표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내줘도 회복할 수 있지만 대구시장을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결의를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2ㆍ28 민주운동은 대구 시민과 학생들이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불의에 항거해 일어난 시위다. 하지만 정부는 3ㆍ15, 4ㆍ19, 5ㆍ18, 6ㆍ10항쟁만 민주화운동으로 기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해 5ㆍ18과 6ㆍ10 기념식에 모두 참석해 탄핵정국에서 촛불혁명으로 확인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강조하며 공감대를 넓혀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