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명칭 ‘데이비슨’ ‘연어’
10억여원 사용하고 “사실무근” 결론
검찰, 최종흡 前차장 등 구속영장
이명박(MB)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뒷조사 및 음해공작을 위한 국가정보원 비밀 프로젝트가 추진된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종흡 전 MB국정원 3차장(2009년 2월~2010년 9월) 주도로 당시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관련 해외 풍문을 수집ㆍ확인ㆍ생산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실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공작 사업으로, 사업 등록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북한 관련 정보 수집ㆍ업무 용도인 대북공작금 10억여원이 전직 대통령들의 뒷조사에 사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전 대통령 뒷조사 및 음해공작 프로젝트 명칭은 ‘데이비슨’이라는 작전명이 부여됐다. 김 전 대통령 약칭인 ‘DJ’의 ‘D’를 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수조원 가량의 비자금을 해외에 차명계좌로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까지도 “김 전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 운동을 위해 미국 교포들이 모금한 수십억원을 착복했다”거나 “대통령 재임 당시 구조조정 명분으로 기업과 은행,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상납금을 받아 챙겼다”, “이권보장을 대가로 미국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들로부터 비자금을 만들었다” 등으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주장들이다. 국정원은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숨긴 비자금을 찾겠다며 수억원 상당의 대북공작금을 정보비로 썼으나 이렇다 할 증거는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작전명 ‘연어’프로젝트가 실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해외 비리를 증언해 줄 관계자를 국내로 송환시키겠다는 취지로 붙여진 명칭이다. 2010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미국 한 카지노의 전직 마케팅 디렉터에게 비자금 13억원을 1만원권 지폐로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노 전 대통령 방미 때 권양숙 여사가 현금 100만달러를 직접 전달했다”는 주장 등이 청와대 및 금융감독원에 제보됐고, 일부 재미 한인 언론인들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뒷조사 끝에 사실무근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MB국정원의 전직 대통령 뒷조사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 전 3차장과 부하직원인 김모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범죄 혐의 대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정치인의 비리를 캐기 위해 해외에 떠도는 풍문을 확인하는 것은 국정원 업무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호텔 스위트룸을 1년여간 개인 용도로 빌리는데 대북공작금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자금을 유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던 중 국정원 측이 대북공작금을 용도 외로 사용해 전직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최 전 차장 및 김 전 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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