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정부가 총 1,190개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기타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 발표한 데 따르면, 946개 기관에서 4,788건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 중 혐의가 위중한 33개 기관 109건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63개 기관 255건에 대해서는 징계ㆍ문책을 요구했다. 또 수사 의뢰된 공공기관 현직 기관장 8명을 즉시 해임키로 하는 한편, 유관 임직원 189명도 즉각 업무에서 배제한 후 검찰이 기소하면 퇴출하기로 했다.
정부가 채용비리 엄단에 나선 건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다. 1,190개 기관 중 946개 기관에서 지적이 나온 건 공공기관 80%가 어떤 식으로든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얘기다. 특히 징계ㆍ문책 요구나 수사 의뢰가 뒤따른 96개 기관, 즉 전체의 약 10%는 악성 채용비리로 선의의 피해까지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안간힘을 써도 좀처럼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현실을 감안할 때, 채용비리는 사회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반(反)사회적 범죄라는 점에서 아무리 엄단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재 채용방식은 조직 문화와 목적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신뢰할 만한 인사의 추천을 통한 특채도 아예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채용비리가 나쁜 건 겉으론 공채라고 알리고는 갖가지 편법과 비리를 통해 선의의 응시자 다수를 기만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줬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기관장을 포함해 해당 기관의 연루 임직원에 대해 ‘원스라이크 아웃’ 퇴출을 추진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비리를 통해 채용된 부정 취업자 처리와 피해자 구제다.
지금까지 파악된 공공기관 등의 현직 부정 합격자는 약 50명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도 본인이 기소될 경우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비리의 특성상 합격이 기소된 비리의 결과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퇴출해 마땅하다. 정부의 부정 합격자 처리 방안이 더욱 엄격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 구제는 더 중요하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구제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그걸로는 미흡하다. 피해자 본인이 채용비리의 구체적 피해를 자력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이래 금감원 등을 상대로 제기된 피해자들의 손배소송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마땅히 공적(公的) 지원 틀을 가동해 도와야 한다. 청년의 꿈을 꺾은 책임의 일부라도 사회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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