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유입 밸브 등 모든 설비 컴퓨터로만 제어
일각에서 제기된 차단판 맹판은 사건과 무관
경찰, 운전실 자리 비운 4명 정확한 업무 등 조사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근로자 질식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질소가 유입 될 수 있는 밸브 두 곳 가운데 하나가 열려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29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포스코 산소공장 냉각탑과 연결된 관의 밸브 2곳 중 질소가스가 유입되는 주 밸브는 잠겨 있었으나 다른 밸브는 열려 있었다. 열린 밸브는 본래 질소를 방출하는 관의 밸브이지만 타 설비의 질소가 들어올 수도 있다.
경찰은 운전실 컴퓨터로만 질소가 유입되는 관의 밸브를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가스 유입관을 수동으로 차단하는 맹판에 대한 일각의 의문제기는 이번 사고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운전실 직원을 불러 밸브가 열린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조사결과 사고 당일 운전실에는 포스코 소속 근로자 7명이 1조를 이뤄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 중 3명은 운전실에 앉아 컴퓨터로 장비 제어 등을 담당하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2명씩 팀을 짜 현장 점검 중이었다. 경찰은 이들 4명의 당시 업무와 운전실의 컴퓨터 작동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완공 10년 만에 대수리에 들어간 산소공장에서 다른 작업도 동시 진행된 것으로 미뤄 정비부 관계자도 불러 조사 중이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밸브 한 곳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현장 조사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와 숨진 근로자의 가족들은 29일 포스코 포항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국노총 포항지역부도 이날 포항시 남구 덕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 외주업체 TCC한진 소속 근로자 이모(47)씨 등 4명은 25일 오후 4시쯤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에서 질소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숨졌다. 근로자 4명은 산소공장 내 냉각탑 안에서 성인 손바닥만한 내장재를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냉각탑은 가로 5m 세로 5m 높이 20m 정도의 거대한 직육면체 타워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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