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체 필요 용량의 20%
가동 의무 책임자도 불분명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가동이 안 된 수동식 비상용 발전기가 비상시 병원 전체를 정상 가동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용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기 가동 의무가 있는 책임자도 불분명해, 경찰은 허점투성이 발전기와 인공호흡기 착용ㆍ엘리베이터 탑승 사망 환자 간 연관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는 29일 브리핑에서 “병원에 설치된 발전기 용량은 22㎾였다”고 밝혔다. 병원 전체 가동에 필요한 용량이 107㎾인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수준이다. 다만 현행법상 비상용 발전기라도 전체 전력 사용을 감당할 용량일 필요는 없다는 게 수사본부 설명이다.
김한수 부본부장은 “병원에 설치된 발전기는 3층 301호 중증 입원환자, 병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등 3곳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라며 “발전기가 인공호흡기 착용 환자 등의 사망에 어떤 관련이 있는 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가 이날 밝힌 인공호흡기 착용 사망자는 3명이다. 발전기가 가동이 안된 탓에 인공호흡기가 제 역할을 못해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에 대한 사인은 불명확한 상태다.
인공호흡기 착용 사망자와 함께 1층 엘리베이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환자 6명도 발전기 미작동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병원에 설치된 발전기는 수동식이라 화재가 나면 책임자가 직접 가동시켜야 하지만 경찰은 아직 가동 책임자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화재 발생 사흘이 지났는데도 경찰 조사에서 가동 책임자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병원 측이 애초 책임자를 지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발전기가 실내가 아닌 외부에 설치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부본부장은 ‘정상 가동시켰더라도 한파에 제대로 작동했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작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부분도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양=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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