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테니스 황제'도 울었다. 37살 노장에게도 그랜드슬램 20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의 무게는 남달랐다.
로저 페더러(37·2위·스위스)가 호주오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페더러는 지난 28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마린 칠리치(30·3위·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3-2(6-2 6-7<5-7> 6-3 3-6 6-1)로 이겼다. 우승 상금 400만 호주 달러(34억5,000만원)을 품은 페더러는 호주 오픈 통산 6번째 우승과 함께 개인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남자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20회 우승을 일궈낸 것은 페더러가 처음이다. 페더러 다음으로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16회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선수로는 마거릿 코트(호주)가 24회,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23회,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22회 등 3명이 20회 이상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20번이나 정상에 오른 만큼 우승은 그에게 낯선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우승을 확정 지은 그는 눈물을 쏟으며 정상에 선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믿을 수 없다. 정말 기쁘다. 내 꿈이 현실이 됐다"며 펑펑 울었다.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계속되는 그의 우승 행진은 더 위대해 보일 수밖에 없다. 호주오픈 최고령 남자단식 우승 기록은 1972년 켄 로즈월(호주)의 37세2개월이다. 36세5개월의 페더러는 이번 우승으로 그 뒤를 잇는 두 번째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이번 대회 내내 자신 보다 젊은 선수들을 상대한 '노장' 페더러는 1회전부터 8강전까지 5경기 연속 3-0으로 승리했다. 4강전에서는 정현(22·29위)을 만나 2세트 도중 기권승을 거뒀다. 어리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도 페더러라는 높은 벽은 넘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페더러를 처음 상대해본 정현은 "같은 선수지만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체력도 덜 지치는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황제'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페더러는 2016년 무릎 부상으로 은퇴설에 휩싸였다. 고비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무너지지 않은 페더러는 지난해부터 메이저대회에서 3개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보란 듯 부활해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황제의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팬들을 향해 "당신들은 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존재다. 계속 운동하게 한다"며 또 다른 다음을 약속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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