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공급 대상 가구, 영유아 자녀 유무에 최대 30점차
“배점 형평성 없다” 국민청원에 국토부 “수정 검토 중”
미성년 자녀 중 영유아에 대한 배점이 높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다자녀가구 주택 특별공급 기준에 대해 정부가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다자녀가구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다자녀가구 주택 특별공급은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태아 포함)를 3명 이상 둔 무주택 세대에 대해 분양 주택의 10~15%를 공급하는 제도다. 자녀 수, 무주택기간, 해당 지역 거주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세대가 당첨된다.
정부는 개정 지침에서 자녀 수와 관련된 배점 기준을 고쳤다. 미성년 자녀가 3명이면 5점, 4명이면 10점, 5명 이상이면 20점을 주되, 그 중 영유아(만 6세 이하) 자녀가 있으면 1명 5점, 2명 15점, 3명 이상 30점의 별도 가점을 주기로 했다. 같은 세 자녀 가구라도 자녀가 모두 영유아라면 35점(5점+30점)을 받는데 반해 셋 다 초등학생인 가구는 가점 없이 5점만 받게 돼 30점(100점 만점)이나 뒤지게 되는 것이다.
만 7세 이상 다자녀를 키우는 학부형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자신을 미성년 자녀 4명의 부모라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달 1일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다자녀 특별공급 입주자 선정기준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청원문을 통해 “나처럼 초등생을 둔 40대 다자녀 부모들은 운용지침 변경이 당혹스럽기만 하다”며 “아이가 단지 (세는 나이 기준으로)여덟 살(만 7세)을 넘겼다는 이유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선정기준을 시정해달라”고 주장했고 125명이 동의했다. 이처럼 배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지적된 부분의 수정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달 초 국토부에 관련 청원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
국토부는 해당 청원을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운용지침 개정 실무를 맡고 있는 강치득 주택기금과 사무관은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원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형평성 문제 등에 관한 지적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강 사무관은 “이번 운용지침 개정은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다자녀 가구에 물량이 우선적으로 배정되도록 조정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당초 미성년 자녀가 4명 이상일 때만 5점을 주도록 했던 지침을 3명 이상부터 5~15점을 주는 것으로 고치는 등 자녀 수가 많은 것이 당첨의 우선 조건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자녀와 그보다 나이 많은 자녀 간 배점 간격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결혼 초기에 아무래도 경제력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를 더 배려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국가적 인구정책을 ‘출산 장려’로 유지하려면 다자녀를 둔 가구에 혜택이 안정적으로 주어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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