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통로 통해 올라간 가스
피해자 많았던 2층 대피 막아
전선 설비통로는 ‘굴뚝’ 역할
발화 지점은 1층 탕비실 천장
원인은 전선에 생긴 문제 추정
작업과실ㆍ노후화 여부 등 조사
38명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건물은 유독가스 차단에 부실한 구조였다.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화염이 2층 이상으로 번지지 않았음에도 연기와 유독가스는 건물 곳곳을 통로 삼아 순식간에 확산된 것. 이로 인해 거동이 어려운 2~6층(4층 없음) 고령 환자들은 미처 대피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독가스에 질식,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세종병원화재사건수사본부는 28일 3차 현장감식을 통해 이번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총 4가지 경로를 통해 건물 전체에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연소는 1층뿐이었고, 2층에서 5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결국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가지 경로로는 ▦병원 2층에 설치된 요양병원과의 연결통로 ▦엘리베이터 틈새 ▦중앙 계단으로 이어지는 화재로 훼손된 방화문 틈새 ▦전선 등 설비통로(공동구)가 지목됐다. 응급실 탕비실 쪽에서 난 불로 응급실 내부를 가득 메운 연기와 유독가스가 이들 경로로 퍼져갔다는 것이다. 위층 환자들 입장에선 유독가스가 거의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연결통로 쪽으로 유입된 유독가스는 환자들 대피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2층의 경우 외부에 나 있는 비상계단으로 가려면 이곳 통로를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데, 유독가스가 들이닥치는 상황이라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소방당국 얘기다. 더불어 전기선과 배관을 하나로 묶어 건물 전체 층을 연결하는 공간인 공동구는 2층 여자화장실에서 5층까지 이어져 있으면서, 유독가스 확산에 ‘굴뚝’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수사본부는 “발화 지점은 1층 탕비실 천장, 발화 원인은 천장 내부 전선에 생긴 문제”라고 추정했다. “천장에 설치된 전선에서 발생했을 단락(합선), 불완전 접촉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탕비실에 있던 전기포트, 멸균기 등 전기장비에서는 화재를 일으킬만한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각에서 제기된 ‘냉난방기에서 발생한 불꽃’에 대해서는 “탕비실 쪽에 설치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작업자 과실, 설치상 문제, 전선 노후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독가스는 천장 내 단열재인 스티로폼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밀양=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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