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명 부상... 희생자 더 늘어날 듯
아프간 경찰, 용의자 4명 현장 체포
美 추가파병ㆍ공습 보복 차원 해석
27일(현지시간)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구급차를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103명이 사망하고 235명이 부상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주도한 카불 인터콘티넨탈 호텔 인질극으로 29명이 희생된 지 불과 1주일 만으로, 지난해 아프간에 미군을 증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 직후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행동’을 촉구했다.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 교민들의 피해는 없다고 확인했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15분께 카불 시내 치킨 스트리트 인근에서 구급차가 폭발했다. 폭발이 발생한 장소는 유럽연합(EU) 사무소와 전 아프간 내무부 건물, 자무리아트 병원 등이 인접한 카불 중심가로 인파로 붐비는 장소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5월 카불 외교가에서 발생, 150명이 사망한 자살폭탄 트럭 테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나스라트 라히미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폭발은 검문소 사이에서 발생했으며, 구급차를 탄 범인들은 환자를 이송한다면서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 뒤 두 번째 검문소 부근에서 차량을 폭파시켰다”고 밝혔다. 테러 용의자 4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테러 직후 자비울라 무자히디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으며 경찰 차량을 겨냥했던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잇딴 탈레반의 테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잔인한 공격은 미국과 아프간의 결의를 새롭게 한다. 각국은 탈레반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인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에펠탑 조명이 소등됐다. 아프간 정부는 28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대 탈레반 작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이 병력을 증파하고, 공습을 강화하면서 탈레반 역시 테러 보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프간 연구자인 압둘라 파미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을 외곽으로 밀어붙이는 작전을 전개하고 미국이 탈레반 조직원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교착 상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프자이 아스라프 영국 노팅엄대 분쟁ㆍ안보ㆍ테러리즘 센터 방문연구원은 “탈레반의 목표는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파병과 공습 강화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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