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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니아키, '코트 여제' 마지막 퍼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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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니아키, '코트 여제' 마지막 퍼즐 맞췄다

입력
2018.01.28 16: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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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픈 여자 단식

30도 넘는 무더위ㆍ습도 60% 이상

최악의 환경에서 할레프 꺾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한풀이’

“우승해서 가장 기쁜 점은

더 이상 비아냥 안 들어도 돼”

캐럴라인 보즈니아키가 27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가 27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그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20살의 나이로 세계 1위에 올랐고, 최고 영예 중 하나인 연말 랭킹 1위도 따봤다.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트로피는 27개 모았다. 벌어들인 총 상금이 약2,686만 달러(약 286억원)로 역대 6위에 해당하니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프로농구(NBA)출신 데이비드 리(35)와 약혼하며 인생 반려자도 찾았다. 딱 하나, 메이저 타이틀만 없었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8ㆍ덴마크)가 27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시모나 할레프(27ㆍ루마니아)를 2-1(7-6<2> 3-6 6-4)로 꺾고 ‘무관의 한’을 풀었다.

2008년 호주오픈에 첫 도전장을 내민 보즈니아키는 2009년 19살의 나이로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2010년 10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2012년 1월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켰지만 ‘메이저 우승 없는 세계 1위’라는 비아냥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2014년에는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29ㆍ북아일랜드)와 결혼 청첩장까지 찍어 놓고 파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4년 US오픈 결승에 오르며 다시 한번 메이저 우승컵을 노렸지만 친구이자 라이벌인 서리나 윌리엄스(37ㆍ미국)에 가로막혔다. 2011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메이저 우승에 대한 압박은 없다.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하면 된다”고 초연한 표정을 지었으나 스트레스를 안 받았을 수 없었다. 이날 우승 확정 직후 보즈니아키는 라켓을 하늘 높이 던진 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펑펑 울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그 질문’을 10만 번은 더 받았다. 우승해서 가장 기쁜 점은 더 이상 그런 비아냥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후련해했다.

보즈니아키가 호주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확정한 직후 드러누워서 울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보즈니아키가 호주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확정한 직후 드러누워서 울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이번 대회 우승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라운드 랭킹 119위 야나 페트(22ㆍ크로아티아)와 대결에서 3세트 게임스코어 1-5 매치포인트까지 내몰린 것. 가까스로 분위기를 뒤집고 6게임을 내리 따 3회전에 진출한 그는 이후 경기를 “공돈으로 도박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한껏 편안해진 마음으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날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7시30분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30도가 넘는 더위와 습도 60% 이상의 악조건에서 진행됐다. 할레프가 2세트 도중 어지럼증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혈압을 잴 정도였고, 2세트 후에는 이례적으로 1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보즈니아키 역시 3세트 무릎 통증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야 했다. 혈투 끝에 얻어낸 우승컵이었다.

준우승자 시모나 할레프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준우승자 시모나 할레프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할레프는 ‘메이저 우승 없는 랭킹 1위’ 오명을 씻을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이번 대회 전까지 랭킹 1위였던 그 역시 프랑스오픈 준우승 2번 차지했을 뿐 메이저 타이틀과 인연이 없다. 이날 패배로 랭킹 1위 마저 보즈니아키에게 빼앗긴 할레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에 우승을 하지 못해 매우 슬프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감정을 눌렀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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