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역대 최대인 580억엔(약 5,648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가장 피해액이 컸던 2014년 일본 마운트곡스 거래소 해킹을 뛰어넘는 규모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대형 금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가상화폐 거래의 신뢰도 역시 추락하고 있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는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스템에 공인 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속해 고객들이 맡겨둔 580억엔 상당의 뉴이코노미무브먼트(넴ㆍNEM) 코인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26만여 명, 사라진 코인 개수는 5억2,300개에 달한다. 넴은 1,500종에 달하는 가상화폐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에 들 만큼 거래가 활발하다.
코인체크에 따르면 해킹이 발생한 시간은 26일 오전 3시로, 회사 측은 8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해킹 사실을 확인하고 거래를 중단시켰다. 코인체크 측은 넴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와다 고이치로 코인체크 사장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체크 측은 매매정지 당시 가격과 이후 다른 거래소의 가격 등을 참고해 보상액을 결정한 뒤 자사 자본금 등을 활용해 보상한다는 구체적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일본 산케이신문은 “코인체크가 보상 시기와 절차를 아직 정하지 못했으며, 폐업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해킹은 2014년 일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에서 발생했던 해킹 사건(470억엔ㆍ약 4,557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마운트곡스는 이후 파산을 신청했고, 최고경영자(CEO)였던 마크 카펠레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일본 경찰은 마운트곡스 사건은 경영진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해킹 등으로 탈취당한 비트코인의 규모가 2013년 300만 달러(32억원)에서 2016년 9,500만 달러(1,013억원)로 32배 늘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한 해킹 사건이 이어지면서 거래소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 개개인이 보유한 ‘전자지갑’은 보안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도난 우려가 적지만, 투자자가 거래소에 가상화폐를 예치해두고 사고파는 과정에서 해킹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이 냉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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