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日 고령화율 33% 예상
교토부립의대, 고령화 비율 높은
단고지역서 2000항목 조사 착수
세계최고 장수국 일본에선 ‘100세 현역’시대가 꿈 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과거 세대 고령자들이 말년의 대부분을 병실에 누워 보냈다면 이제는 삶의 마지막 시기까지 정상적으로 누리기 위한 ‘건강장수’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에서도 장수학 연구에 가장 앞선 곳은 교토부립(京都府立)의과대 연구진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교토 단고(丹後)지역에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이 지역이 실험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인구당 100세 이상 비율이 일본 전국 평균의 약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율(65세이상)이 33~44%에 달해 일본 전체평균(27%)을 크게 웃돈다. 일본 전체 고령화율이 2035년쯤 33%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0~30년후 일본 상황을 미리 들여다볼 수도 있는 셈이다.
현지 연구거점인 교탄고(京丹後)시 야사카병원에선 노인들의 혈액과 소변검사 외에도 녹음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몇 분 후 요약해 내는 기억력 테스트도 실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노인들은 “별로 기억이 안 나네요”라고 겸손해하면서도 거의 완벽하게 이야기를 정리해내 담당 의사들이 믿기 힘들만큼 놀란다고 한다. 연구 목적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노인들의 몸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분류해 내는 것이다. 2032년까지 교탄고 지역 65세이상 1,000명의 건강조사 경과를 관찰할 예정이다. 가족구성이나 생활습관은 물론 혈액분석, 골밀도 등 무려 2,000항목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장수유전자’다. 누구나 갖고 있다는 장수유전자를 자극해 추출해낼 방법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내 세균도 장수의 대표적 요소로 간주된다. 사람의 장에는 100조개 이상의 세균이 있으며 건강한 노인은 20~30대의 장내 모습과 유사하다는 보고가 나왔다. 교탄고 지역에선 생선을 먹는 습관이 기본이란 점에서 식생활로 장내 세균을 젊게 유지하는 부분이 장수의 힌트가 된다고 보고 있다. 장내 환경을 양호하게 유지하면 면역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장수 노인의 장내 세균 특징을 유추해내면 ‘장수알약’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100세를 넘긴 장수자들 성격에선 개방성과 성실성 관련 수치가 탁월하게 높았다. 또 혈액형은 B형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0년동안 30년 이상 늘어나 2016년 남성 80.98세, 여성 87.14세로 나타났다. 2065년엔 남성 84.95세, 여성 91.35세까지 연장될 것으로 분석됐다. 100세 이상 인구만 6만7,000명을 넘어섰다. 100세이상 인구의 90% 가까이가 여성이며 의료기술 발전이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건강한 고령자가 늘어나면 연금지급액이 급증하고 의료ㆍ간병체계 재조정이란 부담도 우려된다. ‘건강 장수자’들이 안심하고 나이를 먹을 수 있는 제도마련이 일본사회의 궁극적 과제가 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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