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협회서 스피드 종목 선수 강제 배정해 올림픽 불발
"무슨 일이 있어도 스포츠는 실력·성적순"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결단식까지 참가했다가 출전 불가 통보를 받은 알파인 스키 선수 경성현(28)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격정을 토로했다.
경성현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도 안 되는 선발 기준… 무슨 일이 있어도 스포츠는 실력·성적순"이라면서 "스피드에 선발된 선수와 내 세계랭킹 차이는 무려 300위 이상이다. 난 100위권, 그 선수는 400위권"이라고 주장했다.
경성현은 정동현(30)과 함께 한국 알파인 스키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이번 시즌 경성현의 국제스키연맹(FIS) 올림픽 포인트 기준 대회전 181위이며, 그가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 김동우(23)는 활강 부문 412위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알파인 스키 선수는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다.
대한스키협회는 "남자의 경우 기술팀(회전, 대회전)에서 한 명, 스피드 팀(활강, 슈퍼대회전)에서 한 명을 나눠 보내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성현은 "스키를 타면서 그 선수에게 져본 적도 없고, 경쟁자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을 만큼 실력 차이가 확연히 난다. 그렇다고 그 선수가 스피드 종목을 나보다 잘하는 거 같지도 않다"고 맞받았다.
실제로 경성현은 지난 12일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FIS 극동컵에서 속도 종목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00초52로 골인해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에 올랐다.
그 대회에서 김동우는 1분01초52로 23위를 기록했다.
경성현은 "극동컵 슈퍼대회전에서 그 어떤 한국 스피드 선수도 날 못 이겼다. 난 심지어 1년 만에 탄 (스피드) 경기였다. 메이저대회에 한 번도 나가본 적도 없을 만큼 나와 실력 차이가 나는 선수"라고 했다.
이어 "물론 그 선수(김동우)가 잘못한 점은 1도 없다. 높은 분 결정에 따라 뽑힌 선수니까 그 선수를 탓하는 게 아니다. 이런 행정이 잘못됐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성현은 스키협회의 이런 결정을 '밥그릇 챙기기'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협회는) 룰도 제대로 모르고 지금까지 돈을 갖다 쓰고 외국인 코치, 감독도 고용하고 돈도 갖다 썼다. 이걸 감당하려면 어떻게든 스피드 종목에 (우리 대표가) 참가해야 안 잘릴 명분이 생긴다. 너희 밥그릇 때문에 10년 이상 이것만 바라보고 훈련한 나는 도대체 뭐가 되느냐"고 절규했다.
스키협회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올림픽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성현 선수를 결단식에 참석하도록 한 건 무신경한 처사였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경성현은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 없는 너희는 진짜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후배들이 벌써 걱정된다. 잠시나마 올림픽에 나간다는 헛된 꿈에 부풀어 좋아하고 다짐했던 나 자신이 참 불쌍하고 한심스럽다.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스키 탄 게 이 세상에서 제일 후회스럽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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