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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중환자, 소량 유독가스에도 치명적…다른 병원 이송 후 25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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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중환자, 소량 유독가스에도 치명적…다른 병원 이송 후 25명 숨져

입력
2018.01.26 20:5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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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37명 중 70대 이상이 30명

인공호흡기 전기 끊겨 질식사도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현재 인명피해와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현재 인명피해와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 37명, 부상 143명의 대형 인명사고가 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고령이나 병증이 깊어 자력 대피가 불가능한 환자가 많아 호흡곤란, 질식 등에 따른 피해가 컸다. 병실을 뒤덮은 시커먼 유독가스와 연기 속에서 가까스로 구조됐으나 대피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자마자 숨지는 환자가 속출했다. 일부 환자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질식사했다. 화재신고와 소방당국 출동, 구조활동은 비교적 신속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 인명사고가 난 이유다.

실제로 화재 발생 5분여만인 26일 오전 7시 35분쯤 신고를 받고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이미 1층은 화염과 함께 유독 가스로 가득 차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소방관들은 병원 좌ㆍ우측 2층 출입구를 통해 구조에 나섰지만 2층도 엄청난 연기에 휩싸여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구조대원들은 “시커먼 연기가 자욱해 현장에서 시야확보가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더욱이 2층에는 설상가상 정전으로 전기가 끊겨 인공호흡기를 단 적지 않은 중증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밀양시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은 화재에 취약한 호흡장애 등 중환자나 고령환자가 많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25명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후 숨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망자 37명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는 무려 30명을 차지한다. 더욱이 80, 90대도 26명이나 포함됐으며 최고령 사망자는 97세 여성 노인환자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인 50대 이하 사망자는 4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고령 환자인 탓에 자욱한 유독 가스 속에 힘 없이 쓰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화염이나 화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고령인데다 대부분 뇌졸중 등 거동이 불편한 중증 노인성 질환자라 운동능력이 떨어져 대피조차 어려웠다. 중환자들은 소량의 유독가스만 흡입해도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거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유독 가스를 흡입하면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증 노인환자를 수용, 치료하는 병원의 경우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피난하는 게 어려워 수평 피난시설이 필요하지만, 세종 병원은 시설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던 중소형 병원인 점도 대형 참사의 한 원인이 된 셈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등의 고령, 중증 환자들은 자력 피난이 어려워 수평 피난을 해야 하지만 현대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규모 병원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차제에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남도청제공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남도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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