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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터키, 시리아 반군연합 손 잡고… 쿠르드 민병대 소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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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터키, 시리아 반군연합 손 잡고… 쿠르드 민병대 소탕 나섰다

입력
2018.01.26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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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알카에다 지역 교두보로

시리아 북부 도시 아프린 공격

투르크계 무장조직 자유시리아군

터키의 지상군 파트너로 동참

망명 정부 격인 ‘시리아동맹’도

“터키의 올리브기지 작전 지지”

21일 터키-시리아 국경 인근에 있는 시리아 북부 도시 아지즈에서 터키의 지원을 받는 반군 조직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전사들이 총기를 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아지즈=EPA 연합뉴스
21일 터키-시리아 국경 인근에 있는 시리아 북부 도시 아지즈에서 터키의 지원을 받는 반군 조직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전사들이 총기를 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아지즈=EPA 연합뉴스

지난 22일 터키의 국영방송 TRT는 이틀 전 시작된 시리아 북부 도시 아프린을 향한 터키군의 이른바 올리브 가지 작전 소식을 전하면서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한 전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아랍어로 “작전 목표는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시리아 내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쿠르드 형제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 뒤에 있는 이 많은 군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덧붙였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터키의 이번 작전은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완전 소탕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터키군의 ‘지상군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 바로 TRT와 인터뷰를 가진 자유시리아군, 곧 시리아 반군연합이다.

시리아 내전에 동참하는 반군 무장조직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100개 이상 크고 작은 조직들의 느슨한 연합체인 자유시리아군이 있다. 그리고 알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 동맹체 ‘하이얏 타흐리르 알 샴(HTS)’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YPG를 중심으로 소수 아랍계와 투르크계가 참여, 2015년 10월 결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이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투르크계 출신으로 이 조직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탈랄 알리 실로 준장이 터키로 떠나면서, SDF가 상징적으로 유지해 왔던 ‘다양성’은 사실상 무너졌다. 실로 준장의 ‘변절’은 터키의 군사 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징조이기도 했다.

올리브 가지 작전에 자유시리아군이 터키의 지상군 파트너로 동참한 건 시리아 내전의 복잡한 전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 다른 주변국들과 같이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왔는데, 자유시리아군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강화한 건 2016년 전후쯤이다. 산만한 연합형태였던 자유시리아군은 그 해 8월 24일부터 이듬해 3월 29일까지 진행된 터키의 ‘유프라테스 쉴드’ 작전을 계기로 터키의 그늘 아래 모여들었다. 이 작전에서 터키는 ‘IS 격퇴’와 ‘쿠르드족 테러리스트 소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면서 시리아 북부에 처음 진입했다. 당시에도 YPG와 지상전을 벌인 것은 자유시리아군이었고, 터키의 YPG 고립 작전은 그 때부터 매우 구체적으로 전개됐다.

터키 지원을 받는 시리아반군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군인들이 21일 시리아 북부 키리크한에서 쿠르드민병대(YPG)를 몰아내기 위한 이른바 ‘올리브 가지’ 작전 수행을 앞두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미국과 협력관계인 시리아민주군(SDF) 구성원인 YPG 공격을 위해 터키가 전날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현재까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왔던 시리아 전쟁의 긴장과 갈등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키리크한=AP 연합뉴스
터키 지원을 받는 시리아반군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군인들이 21일 시리아 북부 키리크한에서 쿠르드민병대(YPG)를 몰아내기 위한 이른바 ‘올리브 가지’ 작전 수행을 앞두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미국과 협력관계인 시리아민주군(SDF) 구성원인 YPG 공격을 위해 터키가 전날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현재까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왔던 시리아 전쟁의 긴장과 갈등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키리크한=AP 연합뉴스

그리고 지난해 10월 터키는 자유시리아군의 호위를 받으며 HTS 강성지역 이들리브 지역에 진입한 뒤, 지금까지 계속 주둔 중이다. 미 공군 정보국 출신으로 CNN 군사평론가로 활동 중인 릭 프랑코나는 올리브 가지 작전 개시 사흘 전인 지난 1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터키의 이들리브 점령은 ‘아프린 공격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터키가 아프린 공격에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IS의 수도였던 시리아 락까를 이들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킨 주역이 YPG 주도의 SDF 동맹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프랑코나는 “(2016년 유프라테스 쉴드 작전 때) 터키와 자유시리아군은 락까의 80마일 근처에 접근조차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IS에 대한 승전소식 발표도 SDF 대변인 실로 준장의 몫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그의 변절이 이뤄진 것이다. 이스탄불에 본부를 두고 망명정부 노릇을 해 온 ‘시리아 혁명 전국 동맹’(이하 시리아동맹)은 그의 ‘터키행’에 자유시리아군의 도움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성명에서 “‘시리아 군(Syrian National Army)’이 (쿠르드족의) 테러리즘으로부터 시리아를 깨끗하게 하는 이번 올리브 가지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에서 보듯, 시리아동맹은 터키의 대(對)쿠르드 군사작전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시리아 정부군(Syrian Arab Army)이 아닌, 여기서 언급된 ‘시리아 군’은 누구일까. 지난해 12월 30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 이 조직을 주도한 건 자유시리아군, 그 중에서도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투르크계 무장조직들이다. 마치 시리아라는 국가의 군대인 것처럼 이름을 붙였으나, 결국 ‘시리아 군’은 사실상 자유시리아군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라타키아 지역에도 5개의 자유시리아군 조직이 있다. 이 중 시리아 투르크계가 대거 거주하는 라타키아 북부 투르크멘 산악지대를 활동거점으로 삼고 있는 ‘제2 연안부대’도 그 중 하나다. 2015년 11월 터키 주요 일간지인 쿰후리예트는 터키의 극우조직 ‘알페렌 오자크라리’가 제2 연안부대에 최소 250명의 대원들을 파병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술탄 무라드 사단’의 경우는 아예 웹사이트에 “우리 투르크멘은 테러리스트 조직 (YPG의 정치조직인) PYD에 대항하는 우리의 투쟁을 계속한다”고 명시했을 만큼, 쿠르드족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시리아의 여러 전선에서 공통의 적이었던 IS가 사실상 패퇴하자, 이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쿠르드족이 이제는 다른 모든 세력들의 적으로 떠오른 격이다. 시리아 전쟁의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21일 시리아 쿠르드족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인 하사케주 북동부의 아뮤다시에서 쿠르드족 시민들이 전날 아프린에서 시작된 터키군과 자유시리아군의 쿠르드민병대(YPG) 소탕 군사작전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아뮤다=AFP 연합뉴스
21일 시리아 쿠르드족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인 하사케주 북동부의 아뮤다시에서 쿠르드족 시민들이 전날 아프린에서 시작된 터키군과 자유시리아군의 쿠르드민병대(YPG) 소탕 군사작전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아뮤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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