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준공 후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 등으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재건축 연한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언급과는 결이 전혀 다른 것이다. 부총리와 장관이 1주일 상간으로 시장에 상충되는 신호를 던지고 또 다시 부처간 ‘엇박자’가 연출되며 정책 일관성과 신뢰도가 위협받고 있다.
김 부총리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언론사 논설위원ㆍ경제부장 토론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강남보다 강북이 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며 “부정적 측면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정해진 정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재건축 연한 연장으로 전체 공급 물량이 줄거나 비(非)강남권 아파트 재건축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8일전 재건축 연한 강화의 당위성을 주장한 김 장관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재건축 사업은) 안전성 문제가 없는데도 사업 수익을 위해 자원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구조적 안전성이나 재건축 연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돼 입장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는 보유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도 지난해 보유세를 부동산 대책으로 쓰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보면 보유세가 거래세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날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문제는 이달 중 또는 2월 중 구성될 조세개혁특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김 부총리는 최근 강남 집값 급등세의 가장 큰 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봤다. 그는 “특목고, 자사고 (쏠림 현상)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수적 원인이 있겠지만 거주 목적의 실수요 외 투기 수요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할수록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은 도시 주택 물량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장기적 도시계획과 연계해야 한다”며 “정부가 집값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황급히 정책을 내놓으며 일관성마저 결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와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예상액 발표로 주춤해진 집값 상승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것이란 전망도 없잖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43% 상승했다. 지난주(0.53%)보다 상승폭이 0.10%포인트 줄었다. 특히 서초구의 주간 상승 폭은 지난주 0.81%에서 이번 주 0.41%로 내려앉았고, 송파구도 1.47%에서 0.46%로 둔화됐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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