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코인꾼 하나가 인터넷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비트코인 한 개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기다린다. 거래 내용은 복잡한 암호화 방식을 통해 블록 안에 저장되고 블록끼리 사슬처럼 결속되며, 이 블록체인은 누구든 열람하고 검증할 수 있어 위ㆍ변조가 매우 어렵고, 거래를 여기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분산된 유효성 검증과 승인이 필요하므로, 두들겨 볼 것도 없이, “좋소” 하고 내어준다.
중앙집중식 장부가 필요하다는 기존 거래의 상식을 뒤집고, 분산을 통해 위ㆍ변조를 방지하고 무결성을 확보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분명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거기서 오고 가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검증•승인 과정에 참여하는 불특정 다수, 흔히 채굴자라 부르는 이들에게 보상 개념으로 제공된다.
이 가상화폐가 최근 투기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루에도 20~30%씩 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 시세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가즈아’를 외친다. ‘가자’를 길게 늘려 발음한 말로, 시세가 크게 오르기를 바라는 일종의 주문이다. 얼마나 유행했는지 농담이 재미없기로 유명한 한 보수정당 대표가 건배사로 제안할 정도다.
비정상적인 건 시세 등락뿐이 아니다. 사람들의 심리도 그렇다. 2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은 이렇게 시작한다.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단 한번이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 본 적이 있습니까?” 가상화폐로 벌어들이는 일확천금이 유일한 꿈이란 얘기다.
청원은 “4차 혁명이 맞다고 판단되기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투기 광풍과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사이에 연관성은 그리 긴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래소 시세가 만 배 오르면 블록체인도 그만큼 진보할 것인가?
이런 의문도 제기해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초당 수 건의 거래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수수료와 전기 소비도 엄청나다. 비자카드가 수만 건의 거래를 버티는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으로,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절대 통화로 기능할 수 없을 거란 전망도 있다. 과연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미래의 통화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한계는 극복되고 있다. 그럼 다른 질문이 뒤따른다. 혁신적인 진보가 이뤄진 후에도 지금의 가상화폐는 지금과 같은 지위, 곧 시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교통정리는 필연적이다. 혹 현재와 단절된 가상화폐가 대세를 이룰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무결성과 별개로 가상화폐 시장은 특정 세력의 조작에도 취약하다. 한 예로 2013년 비트코인의 가격은 2개월 만에 15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그 배경에 봇 두 개를 동원한 조작이 있었다는 연구도 있다.
가상화폐 규제는 국제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기는 물론 범죄에까지 이용되는 실태를 두고 볼 정부는 없다. 통화처럼 이용되면 더 큰 칼을 빼 들 것이다. 정작 거래소의 운용 방식이 구식이란 점도 위험요소다. 최근엔 투자금을 대표나 이사 명의 계좌에 보관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얼마나 발전할지는 모른다. 미래의 블록체인이 오늘날의 가상화폐와 같은 모습일지도 알 수 없다.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투기가 일어나고 있단 것이다. 블록체인과 달리 시장은 무결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가상화폐를 한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진흥?”
이리 묻는다면 아마 이게 본심일 것이다. “이 비트코인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한 개는 1,300만원이나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쓴 당시 기준으로, 지금은 30~40%쯤 다를 수도 있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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