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실굼실 능청능청 도깨비랑 택견 한판
무돌 글∙그림
낮은산 발행 ∙36쪽∙1만2,000원
추운 날씨에도 경복궁 일대에는 화려한 한복을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즐겁게 거리를 거닐고 있다. 명절에 한복을 입는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오히려 사극 드라마에 나올 법한 주인공 코스프레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관광지에서 대여한 전통 의상일지라도 입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용도로서는 분명 제 몫을 하고 있다. 전통의 의미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재탄생한다.
궁궐이 답답했던 공주는 단옷날을 맞아 몰래 궁을 빠져나간다. 공주는 냇가에서 목욕을 즐기는 여인들과 그네도 뛰고 시끌벅적한 씨름판 구경도 한다. 택견판에서는 소년 하나가 아랫마을 패거리를 차례로 모두 꺾고 있다. 공주는 홀로 산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누군가를 보고 ‘저 산에 더 재미있는 게 있나’ 싶어 따라간다. 택견 소년도 낯선 소녀가 왜 산에 들어가는지 궁금해져 쫓아간다. 하지만 소녀는 사라지고 산속에서 갑자기 뿔 달린 도깨비가 나타난다. 소년은 괴물이 소녀를 삼켜버린 줄 알고 한판 겨루려 한다. 굼실굼실 휘적휘적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추듯 맞설 자세를 잡는다. 이윽고 소년이 날아올라 매서운 발차기로 공격한다. 도깨비도 이에 질세라 괴성을 지르며 반격한다. 한바탕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다 마침내 소년이 발차기로 도깨비를 바닥에 쓰러뜨린다. 도깨비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다. 몰래 바위 뒤에서 지켜보던 공주가 나타나 둘을 궁궐에 초대한다. 궁궐에서는 이들을 위한 성대한 잔치가 열리고 도깨비와 공주는 소년에게서 택견을 배운다.
작가 무돌은 택견이 민중에게 널리 사랑 받던 시기인 조선후기의 그림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재치 있게 꿰어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 김홍도의 ‘씨름’과 같은 풍속화와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같은 산수화가 주인공들의 무대가 된다. 또한 ‘동궐도’, ‘무신년진찬도’ 등 궁중의 모습을 기록한 그림도 이야기 흐름에 맞춰 전개된다.
남과 북이 갈라서기 전부터 단옷날이면 방방곡곡 그네뛰기나 씨름판이 벌어졌다. 서민들에게는 모처럼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신나게 놀고, 즐기는 축제의 마당이었으리라. 택견판도 당시엔 도깨비도 구경 나올 만큼 기막히게 재미난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땅에서, 우리가 준비한 잔치이다. 북에서 귀한 손님들도 온다니 반갑고 기쁘다. 오로지 땀으로 승리하는 열정적인 겨울을 만끽하자. 머지않아 언 땅에 봄이 움트리라.
그림책 작가 소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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