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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지 않겠다는 김명수...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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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지 않겠다는 김명수...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입력
2018.01.2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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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의혹’을 싸고 법원의 세 번째 진상조사를 예고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25일 법원행정처장 교체로 인적 쇄신의 포석을 깔면서 개혁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1년 가까이 끈 사건을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판사 뒷조사 의혹 사건 추가조사결과를 두고 사과하면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판사 동향 수집과 성향 분류 문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 선고 전후 행정처와 청와대간 교감 정황 문건의 심각성을 수긍한 것이다. 이에 별도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선 판사들은 잡음 없는 해결을 위해 ‘조사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고 그에 맞게 조사대상 범위를 대폭 좁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추가조사로 이런 꼴의 결과는 예측된 것”이라며 “재판 개입과 인사 불이익 우려, 이 두 가지가 상당히 의심되는 문건만 추려서 조사해야 분열된 양쪽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수도권 소재 법원 판사도 “(청와대 외풍 의혹이 제기되는) 원세훈 관련 문건의 경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에 대해 ‘재판부에 전화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해서 확실히 털어야 한다”며 “낱낱이 밝힌 결과물 없이 아니라고 해봐야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암호가 걸린 비밀문건 수백여개를 두고도 판사들은 어떻게 조사가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법원행정처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암호가 걸린 이른바 ‘비밀문건’ 조사 의지라는 시각이 판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경남권 소재 한 부장판사는 “김소영 행정처장을 바꾼 이유가 결국 추가조사위 요구에 비협조한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760개나 되는 파일을 다 열면, 그 속에 부적절한 국회 관련 업무 등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사법부가 매우 휘청거릴 것”이라며 사태 촉발의 계기가 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인사 관련 문건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새로 출범할 3차 조사기구는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 한 중견판사는 “조직 보호차원이 아니라 사법부 특수성상 외부기관이 법원을 진상 조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자체 수습을 하되, 정치 성향이 있다고 간주되는 모임 소속 법관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시선도 마찬가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에게 압박이 될 동향 파악 문건이 있는 것도 심각하지만, 법관들이 정치 성향의 모임에서 어울리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 아니냐”며 “세력 숙청 관점이 아니라 옛 과거사위처럼 ‘진실’과 ‘화해’를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마무리를 잘 할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이 예고한 강력한 인적 쇄신과 행정처 개편안을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판사는 “쇄신은 필요한데 행정처 판사들을 특정 프레임으로 재단해 내치는 식으로 인사를 냈다는 평을 받아선 안 된다”며 “그럴 경우 사법부가 정치 집단화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더욱 굳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벌써부터 불이익 우려를 하고 있다.

이른바 ‘법원 적폐’에 대한 강력한 수술 요구를 하는 측과, 정치 편향성을 우려하는 측이 이번 사태 추이를 예민하게 지켜보는 상황이라, 김 대법원장 행보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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