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텃밭이지만 대선 후 민주당 쏠림 현상…‘한국당 경선이 본선’이란 속설은 유보해야
●구미시장 출마예상자
구미는 경북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도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는 전통적인 보수세력의 텃밭이었으나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 표심이 상당 부분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이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직 시장이 3선 연임제한으로 불출마하는 구미시장 선거에는 12명이나 되는 출마 예상자들이 혼전을 빚고 있다. 민주당 출마 예상자가 4명 한국당 7명 바른정당 1명으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박빙이다. 시민들은 “출마 예상자는 많지만 구미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얘기다. 흔히 TK지역에서 ‘한국당 경선이 본선과 마찬가지’라는 속설도 구미에서는 유보해야 한다.
보수의 본산에서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는 인물은 김철호(64) 형곡새마을금고 이사장과 박종석(52) 구미 아성병원 상임이사, 장세용(64) 부산대 교수, 채동익(71) 전 구미시 경제통상국장이다.
김 이사장은 “침체된 구미시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고, 박 이사는 “권력이나 중앙정치에 기대지 않고 소신껏 시민과 지역을 위해 헌신할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교수는 자신을 “사회전반에 대한 전면적 혁신으로 구미 르네상스를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고, 채 전 국장은 “구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전략으로 구미공단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당 성향의 출마 예상자는 김봉재(58) 구미시새마을회장과 김석호(58) 구미산업수출진흥협회 회장, 박성도(57) 경북도지사 비서실장, 이규건(55) 서정대 교수, 이양호(58) 한국마사회장, 이홍희(62) 경북도의원, 허복(57) 구미시의원이다.
김 새마을회장은 “구미시새마을회와 자원봉사센터 등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고, 구미시장에 4번 도전하는 김 수출진흥협회장은 “고향인 구미에서 구미공단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비서실장은 “구미가 옛 명성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현직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 교수는 “강력한 리더십과 감사원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구미 첨단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이 마사회장은 “30년 이상 농림부와 외교부 등 중앙정부에서 쌓은 인맥으로 구미를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이 도의원은 “구미시 공무원 출신으로 오랜 행정 경험을 살려 시민들에게 봉사하겠다”고 다짐했고 허 시의원은 “5선 구미시의원의 경험을 살려 경제발전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을 선택한 유능종(52) 변호사는 “구미 위기에 책임있는 정치세력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42만 구미 시민들은 국가공단의 명성을 되찾고 현 정부와도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희망하고 있으나 딱히 두드러지는 얼굴이 없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사실상 구미시장 물밑 선거는 시작됐으나 후보군들은 아직 탐색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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