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일팀 선수단, 선수촌 입성
어색함에 환영식 무표정 일관
점심도 따로따로 앉아서 식사
결속위해 라커룸 섞어서 배치
“남북이 하나돼 굉장히 기쁘다”
北감독, 무거운 분위기 바꾸기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맞이하는 25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단일팀을 이룰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 도착 예정 시간보다 20분 먼저 이재근 진천선수촌장과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등 우리 측 인사들은 빙상장 출입문에 자리잡았다. 세러 머리(캐나다) 우리 대표팀 감독 등 선수단도 꽃다발을 들고 새 동료를 기다렸다. 정확히 12시30분,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선수촌 입구를 통과해 빙상장 출입문에 도착했다.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온 박철호 감독이 가장 먼저 내렸고, 선수들도 잇달아 하차했다. 이재근 촌장과 정몽원 회장은 일일이 악수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우리 측의 “환영합니다”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인사에 북한 선수들은 “안녕하십니까”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했다. 남북의 선수단은 2열 종대로 마주섰고, 우리 선수단이 준비한 꽃다발 전달식이 이어졌다. 혹한의 추위 탓에 우리 선수들 대부분은 굳어있었지만 꽃다발을 전달할 때 환영의 미소를 지었다. 어색한 상황 탓인지 꽃을 건네 받은 북한 선수들은 무표정이었다.
이재근 촌장은 “입촌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한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철호 감독은 “북남이 하나가 돼 굉장히 기쁘다”면서 “짧은 기간에 힘과 마음을 합쳐 이번 경기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촌장과 북한 박 감독의 짧은 인사말이 끝난 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한 데 모여 역사에 남을 단일팀의 첫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감독이 촬영 직전 무거웠던 분위기를 풀었다. 머리 감독에게 다가간 박 감독이 자신이 받은 꽃다발을 건넸고, 잠시 멈칫한 머리 감독은 우리 말로 “감사합니다”라며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대열을 정비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공동 응원단의 전통 구호로 자리매김한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공개 일정을 모두 마쳤다. 6분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북한 선수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점심은 진천선수촌 식당에서 했다. 우리 선수들도 뒤따라 식사를 하러 갔는데, 북한 선수들 옆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서로 섞어서 앉아 먹지는 않았고, 대화도 없었다”며 “아직 처음이라 서먹서먹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식사 후 휴식을 취한 남북 선수들은 오후 8시에 환영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의 결속을 위해 라커 배치에 신경을 썼다. 35인 라커룸 시설에 우리 선수 2명, 북한 선수 1명으로 섞어 자리 배치를 했다. 감독 1명, 지원 인력 2명, 선수 12명으로 구성된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2인1실로 지낸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박철호 감독이 이끄는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는 김은정(26), 려송희(24), 김향미(23), 황충금(23), 정수현(22), 최은경(24), 황설경(21), 진옥(28), 김은향(26), 리봄(23), 최정희(27), 류수정(23)으로 구성됐다. 12명 선수 전원이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 출전했던 멤버들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ㆍ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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