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산업 집적해 정주인구 늘리고
항노화산업 키워 유동인구 유입 유도
‘천원버스’ㆍ‘건강3박자’로 군민 행복
서북부 경남의 중심에 자리한 거창군은 2016년 ‘항노화힐링특구’로 지정 받을 만큼 3대 국립공원(덕유산, 가야산, 지리산) 중심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천혜의 자연을 밑거름으로 생산하고 있는 5홍(사과, 딸기, 오미자, 한우, 한돈)은 거창을 지탱하는 1차 산업의 근간이다.
농업기반 도시지만 초등부터 대학까지 37개 학교를 보유한 ‘교육도시’로도 이름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0년 이상 유지해 온 인구 6만3,000명선이 무너지면서 인구 하강이 시작, 위기를 맞고 있다. 양동인 거창군수는 지방소멸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올해를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고 행동은 소처럼 부지런한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지속가능한 거창발전의 투톱인 힐링과 승강기산업 발전에 군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승강기산업 육성해 지역인재 유출 방지
문재인 정부의 20대 국정전략에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이 있다. 거창군 역시 인구문제를 직시하고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 승강기산업이 있다. 승강기산업은 양 군수와 인연이 깊은 시책이다. 2008년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거창의 미래 산업으로 준비해오던 분야다. 당시 양 군수는 전통산업인 농업만으로는 인구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역산업을 다양하게 구성해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야만 인구지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통산업인 농업 외에 힐링과 승강기를 접목시켜 투톱을 짰다. 국내 승강기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하지만, 2만개의 부품을 필요로 하는 연관효과가 높은 산업이다. 국내엔 350여개 제조업체가 경쟁하고 있는데, 현재 거창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52개 기업 가운데 22개가 승강기 제조업체다. 연구개발(R&D)센터, 승강기대학으로 산학연 3박자 기반을 구축했지만 제조 기반은 여전히 취약했다. 양 군수는 승강기산업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재임시절인 2008~2010년 승강기전문농공단지를 계획했고, 6년 만에 돌아와 지난해 여름 완공했다. 30개 정도의 유망업체 유치가 목표인데, 준공 전에 이미 7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도의 투자촉진지구 지정도 이끌어내 72억원의 도비를 확보, 분양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입주가 완료되면 600명의 신규고용과 1,000명 이상의 인구가 유입이 기대된다. 특히 승강기산업은 제조업이지만 다른 공장처럼 매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청정 거창과 맞아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항노화 산업으로 ‘휴식 거창’ 만든다
군은 승강기 산업으로 정주인구를 늘리고, ‘항노화 산업’으로 유동인구 유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항노화산업 선점을 위해 가조면 수월리 일대에 ‘항노화 힐링랜드’를 조성, 웰니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3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치유의 숲, 자연휴양림 조성, 등산로 연결사업, 온천수 유입 등의 단위사업을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조면 일대는 천년고찰 고견사와 의상봉, 비계산, 마장재 철쭉군락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데다 강알칼리성 온천이 있어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군은 또 지난해 1월 25일 고제면 빼재로(해발900m)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개관했다. 100억원을 들여 부지 9,908㎡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생태교육관과 게스트하우스, 다목적마당, 어린이물놀이시설,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군은 2019년 완공 예정인 봅슬레이ㆍ모노레일 등의 스피드 익스트림 타운과 산양삼 체험단지, 항노화 체험길, 캠핑장을 갖춘 산림레포츠 파크와 연계해 거창 미래 50년을 이끌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6차 산업으로 튼튼한 농업경제 착근
군은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가공, 판매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또 새해부터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시장개척에 나서 3개 유통회사와 거창사과 수출 협약을 체결하는 등 동남아 수출시장 교두보를 마련했다. 농산물가공센터에서는 1차 산물을 가공 포장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와인과 퓨레와 같은 소비자 취향을 공략한 제품도 연구 중이다. 또한 농촌과 교육이 상생하는 농촌교육농장을 육성, 체류형 체험 교육환경을 만들었다.
어르신들 웃게 한 ‘천원버스’
지난해 7월 1일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간 ‘천원버스’는 군내 전체구간을 거리에 관계없이 단돈 1,0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잔돈을 챙길 필요도, 버스기사와 거스름돈을 두고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어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거창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읍을 중심으로 생활권과 교통체계가 형성돼 있다. 농어촌 버스가 읍ㆍ면 지역을 운행하고 있는데 승객 대부분은 비경제활동 인구인 60대 이상 고령층과 통학학생이라는 점에서 원거리 주민의 이동권 확대와 경비 절감,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 활성화, 요금시비 경감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천원버스를 도입했다. 업체엔 군 예산으로 적자를 보전해 준다. 양 군수는 “이 사업은 단순히 교통약자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 활성화를 연계한 정책”이라며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 3박자 갖춘, 건강도시
거창은 지난해 도내 10개 군 가운데 노인 건강보험료 지출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맞춤형 노인복지 인프라 구축과 보건의료 혜택, 천혜의 자연경관 등 이른바 ‘건강 3박자’ 효과라는 게 군은 시각이다. 지난해 의료급여 서비스 혜택과 노인돌봄 서비스, 고위험군 사례관리 등 주요 노인복지시책으로 30%의 의료비를 줄였고, 다기능 복지관 운영과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노인인구가 전체의 24.7%, 초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정기적 건강관리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맞춤형 항노화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직접 방문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통합건강증진서비스’와 웃음치료, 노래교실, 금연을 다루는 ‘건강장수클리닉’이 인기며, 전담 건강코디네이터를 채용해 운영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면 만들기’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힐링 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인문환경을 뒷받침하는 자연환경 또한 자랑할 만하다. 특히 4계절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3대 국립공원의 중심지인 거창군은 해발 200m이상 분지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 풍부한 일조량을 갖추고 있어 건강에 유익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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