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정현/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아직도 안 끝났음을 알려드리려고요.”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역대 최강의 상대를 앞에 두고도 특유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정현(22ㆍ한국체대ㆍ삼성증권 후원)은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호주 오픈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준결승에 진출해 행복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적 노박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와 복병 테니스 샌드그렌(26ㆍ미국)을 연파하고 아시아인으로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 이후 86년 만에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4강 무대를 밟은 정현이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황제 로저 페더러(37ㆍ스위스)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둘의 커리어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기세 싸움이고 정현의 컨디션과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대결이다. 단 방심은 금물이다. 숫자로 풀어본 페더러의 위용은 황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 3,720
지난해 10월 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선수 브랜드 가치 톱10의 최상단에는 페더러의 이름이 올랐다. 포브스가 산정한 그의 브랜드 가치는 자그마치 3,720만 달러(약 395억원)로 지난해 같은 조사(3,600만 달러ㆍ382억원)보다 소폭 상승해 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북미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34ㆍ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3,340만 달러(355억원)로 2위,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가 2,700만 달러(287억원)로 3위에 올랐다.
정현은 아직 브랜드 가치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지난해까지 챙긴 상금이 170만9,608달러(18억원)인 수준이다. 페더러가 통산 상금으로만 벌어들인 액수(1억1,188만5,682달러ㆍ1,188억원)와는 비교불가다. 앞으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현이 4강 진출로 단숨에 확보한 상금 88만 호주달러(7억5,000만원)는 신호탄이다.
◇ 81.98
현 남자 프로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에 올라있는 페더러는 전성기 시절 237주 연속을 포함해 302주 동안이나 랭킹 1위를 지킨 적이 있을 만큼 절대 강자다. 2015년 역대 3번째로 프로 1,000승을 넘어 현재 남자 단식 통산 1,137승 250패의 경이적인 승률(81.98%)을 내달리고 있다. 우승 횟수도 95번이나 된다.
세계 랭킹 58위인 정현은 54승 45패(승률 54.55%)를 기록하고 있고 남자프로테니스(ATP) 대회 우승도 한 번뿐이다. 하지만 그 우승이 최근인 2017년 11월(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차세대를 이끌 최고의 유망주들을 뚫고 정현이 정상에 서 모멘텀(승리의 기운)이 충만하다.
◇ 19
페더러는 역대 메이저 대회에서만 19승을 거뒀다. 여기에는 5차례 호주 오픈 우승도 포함된다. 적은 나이가 아닌 페더러로서는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동기부여가 뚜렷해 정현에게는 악재다.
정현은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풋내기지만 사상 첫 동양인 우승을 노린다는 점에서 페더러 이상의 동기부여를 안고 있다. 페더러가 역대 29번의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10번의 패배도 당한 바 있어 정현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 15
정현과 페더러의 나이 차는 15살이다. 올해 만 37세가 되는 페더러에 비해 정현은 22살에 불과하다. 정현이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유일하게 앞서는 이 점을 집중 파고들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제패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프로 테니스 경기에서 가는 대회마다 최고령 신기록을 작성할 만큼 페더러는 미스터리한 선수이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15살 차의 젊음을 앞세워 끈적끈적한 승부로 페더러를 최대한 지치게 만드는 것이 승부를 가를 최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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