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분기 호조로 기저효과”
전문가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3.1% 성장하며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4분기엔 분기 성장률 기준으로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제 회복의 정도가 강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의 ‘2017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1% 성장했다. 이는 2014년(3.3%)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로, 한은 전망과 부합하는 것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보다는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2015년과 2016년 성장률은 각각 2.8%였다.
3%대 성장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와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른 건설투자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4.6% 늘어 2010년(22.0%)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건설투자 역시 7.5% 증가하며 전년(10.7%) 못지 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민간소비 성장률(2.6%) 또한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최고였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3분기 1.5%로 정점을 찍었던 성장률이 4분기 -0.2%로 내려앉았다.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정확히 9년 만이다. 한파에 따른 의류, 도시가스 소비 증가로 민간소비는 1.0% 증가했지만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5.4%나 줄었고 성장의 견인차였던 건설투자(-3.8%)와 설비투자(-0.6%)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1985년 1분기(-8.7%) 이래 32년여 만에 가장 저조했고, 건설투자도 2014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저였다.
한은은 그러나 분기 마이너스 성장과 경기 회복세 둔화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워낙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시점 수치가 높아 변동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와 함께, 10월 초 장기 추석연휴에 앞서 (3분기인) 9월에 수출 통관을 앞당긴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반기별 성장률로 보면 상반기 2.8%, 하반기 3.4%로 성장세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제시한 기저효과와 추석 효과의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3분기에 이미 0.7%로 축소됐던 설비투자 성장률이 4분기 -0.6%로 뒷걸음질친 건 기저효과로 설명할 수 없다”며 “건설투자 성장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년 연속 3%대 성장을 낙관하는 정부와 한은 전망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재정확대 정책을 폈는데도 정부 소비(4분기 0.5% 증가)가 별로 늘지 않았다”며 “올해 예산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편이 아니라 정부소비의 성장 진작 효과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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