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606억 내걸린 낙타 대회
입술에 보톡스 맞은 12마리 출전 박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낙타 미모 경연대회가 때아닌 성형 파문에 휩싸였다. 거액의 상금을 노린 주인들이 낙타들에게 보톡스를 주입한 사실이 발각돼 출전 자격 자체가 박탈된 것이다. 자연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대회 원칙 상 보톡스 주사의 고통을 감내한 낙타들은 미모를 뽐낼 새도 없이 쓸쓸히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사막에서 열린 ‘킹 압둘라지즈 낙타 축제’ 미모 경연대회에 참가한 낙타 12마리가 입술 부위에 보톡스를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알리 알마즈루이씨는 아랍 현지 신문인 ‘더 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입과 코, 심지어 턱에도 보톡스를 맞추고 있다”며 “낙타의 머리가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동물 학대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낙타 주인들이 보톡스 성형까지 나서며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미모대회 입상 시 주어지는 어마어마한 상금 때문이다. 지난 해 처음 열린 이 대회에는 낙타 경주도 포함돼 있는데 최대 상금이 5,700만 달러(606억 8,017만원)에 달한다. 미모 대회에만 걸려 있는 상금도 3,180만 달러(337억 8,750만 원)로 절반 가까이 된다.
경주대회나 미모대회에서 별도로 입상한 낙타의 경우 더 비싼 값에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인들의 경쟁이 과열되기 마련이다.
대회 주최 측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경주대회에 참가하는 낙타의 약물 복용이 적발될 경우 5만 디르함 (약 1,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미모 경연대회에선 아직까지 그런 규정은 없다.
한달 간 치러지는 이 대회에는 3만 마리의 낙타가 참여하고, 최소 30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을 정도로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다. 미모 대회 우승자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대회 관계자는 전년도에 우승한 낙타 얼굴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샛노란 사프란을 뿌려주며 예우해줬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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