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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정현, 내친김에 결승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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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정현, 내친김에 결승 도전

입력
2018.01.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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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세계랭킹 97위의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은 정현(22·58위·삼성증권 후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파죽지세의 정현이 샌드그렌을 꺾고 호주 오픈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샌드그렌을 3-0(6-4 7-6<7-5> 6-3)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4강 무대를 밟는 건 역대 최초다. 아시아 선수로 넓혀 보면 1932년 사토 지로(일본) 이후 88년 만에 호주 오픈 4강에 오른 아시아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거침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현이 여는 새 역사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 16강전 진출이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정현은 이번 호주 오픈을 휩쓸며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을 꺾으며 돌풍을 예고하더니, 16강전에서는 전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까지 물리치며 기세를 더 올렸다.

경험과 자신감을 함께 쌓은 정현은 처음으로 밟은 메이저 대회 8강 무대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1세트 게임스코어 1-1에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3-1로 앞서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승부처는 2세트였다.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5위의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이기는 등 이번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킨 샌드그렌의 포핸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현은 게임스코어 3-5로 밀리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곧바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빼앗아 승부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는 4-5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따내 2-0을 만들었다. 고비를 넘긴 정현은 3세트에서도 샌드그렌을 몰아붙였다. 샌드그렌은 지친 기색을 드러내며 실수가 잦아졌고, 결국 고개를 떨궜다.

내친김에 결승 진출까지 넘본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4강 신화를 이뤄낸 정현의 어깨에 다시 한 번 한국 테니스 역사의 새 장이 걸려 있다. 정현은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며 '더 높은 곳'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 비결에 대해서는 "운동선수는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된다고 배웠다. 들키면 상대에게 기회를 주게 되는 만큼 모든 선수가 속마음을 숨긴다"고 말했다.

정현에 패해 돌풍이 멈추게 된 샌드그렌은 "정현은 환상적인 선수다. 재미있는 경기였다"며 "정현과의 경기는 굉장히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다. 나는 해결법을 찾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현은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솔직한 매력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3세트 게임스코어 5-2에서 40-0으로 앞서다 위기를 맞았던 이유에 대해 정현은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듀스를 허용하고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줬다. 일단 공을 상대 코트에 집어넣고 달리기에 바빴다. 결국 아무런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이긴 뒤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던 정현은 이날도 한국어로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한국분들께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팬과 친구들도 고맙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요일에 뵙겠다"며 26일 열릴 준결승전을 기약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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