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참석으로 중량감 논란 해소
아베 “위안부 합의 확실하게 전달”
美 펜스와 ‘대북 접근’ 견제 가능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전격 결정했다. 미국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참석을 결정한 가운데 아베 총리가 가세하면서, 한때 우려됐던 평창 올림픽 손님의 중량감 논란은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축하 메시지 이외에도 두 사람이 남북대화와 위안부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결이 다른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여, 한국 정부에게는 일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24일 “사정이 허락하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것”이라며 “2020년 도쿄올림픽이 있는 만큼 같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가서 선수단을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무턱대고 외면할 수 없는 처지를 감안해 위안부 입장을 직접 개진한다는 명분으로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밀렸다’는 일본 우익 비판을 감수하고 ‘평창행’을 선택한 과정에는 미국과의 조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단독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의 결정을 보도한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에게 개회식에 참석하면 좋겠다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남북대화 견제도 있지만 추후 북미대화로 발전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아베 총리가 평창 체류기간 펜스 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급진전으로 일본의 한반도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는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 보수층의 여론을 더 대변하는 펜스 부통령의 만남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급속한 대북접근을 견제하는 행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서 강력한 대북견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 기간 메시지를 장악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메시지 관점에서 올림픽이 2주일 간의 선전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진실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그것은 북한이 하는 일의 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이 아베 총리 도움을 받아 북한에 부정적 발언을 쏟아내고, 아베 총리가 미ㆍ일 공조 모양새를 이용해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정부를 공격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대응 수위 조절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아베 총리 방한이 미래지향적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지난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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