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분위기/사진=베트남 익스프레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두 한국인 감독이 한 대회에서 상반된 성적을 거두며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23세 이하 겸임)의 수장 박항서(58) 감독과 대한민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김봉길(52) 감독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 ‘베트남 히딩크’ 박항서, 돌풍의 주역으로
박 감독의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중국에서 열린 ‘2018 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난적 카타르에 120분 간 혈전을 펼치며 2-2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고 승부차기(4-3) 끝에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예선에서 강호 호주를 1-0으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D조 2위로 사상 첫 8강 진출 쾌거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8강전에서 이라크까지 집으로 돌려보냈다. 동남아 국가 사상 최초로 4강 진출에 성공한 베트남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카타르까지 제압하며 우승컵을 눈앞에 뒀다.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축구 열기로 뜨거운 베트남 현지는 축제 분위로 물들었다.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매체는 “시민들이 한 손에는 베트남 국기를 들고 하노이, 호치민 등 도시 거리를 점령하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얼싸 안았다.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박항서 신드롬’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마치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에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던 순간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현지 팬들과 매체들도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 스포츠 매체 테타오반호아는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의 유연한 전술 변화를 칭찬하며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도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4강 진출 당시에 베트남 총리는 박항서 감독에게 친서와 함께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고 트란 쿡 투안 베트남축구협회 부회장은 “박항서 감독이 믿을 수 없는 경기를 선물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 베트남은 오는 27일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어 내친김에 우승까지 넘본다.
위기의 김봉길 감독/사진=KFA 제공
◇ 기술도 전술도 없었던 김봉길호, 초라한 성적표만
대회 직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고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김봉길 감독은 초라한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한국 U23 대표팀은 같은 날 4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연장전 돌입 전 장윤호(22ㆍ전북)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 패인 중 하나였지만 조별예선부터 졸전을 거듭했던 김봉길 호에 경기력 논란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한준희(48) KBS 해설위원은 경기 종료 후 대표팀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기술도 부족했지만 전술적으로는 더욱 심각했다. 라인 간의 간격 유지와 조직적 움직임에 매우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고 수비적으로도 불안한 장면이 대회 내내 많았다는 것 자체가 전술적으로 실패한 대회임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칠게 말해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논 대회다. 우즈벡이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팀들의 평균 기본기가 우리에게 전혀 뒤지지 않고 선수들에 따라서는 오히려 우리보다 좋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는 김봉길호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마지막 남은 카타르와 3ㆍ4위전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김봉길 감독은 “3-4위전을 앞두고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우리 스타일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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