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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자리는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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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자리는 내가 만든다"

입력
2018.01.24 17: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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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왼쪽 네 번째)는 웹예능콘텐츠 ‘판벌려’에서 개그우먼 김영희(왼쪽부터)와 안영미, 김신영, 신봉선과 함께 일본 도미오카 고등학교 댄스부의 ‘칼군무’를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컨텐츠랩 비보 제공
송은이(왼쪽 네 번째)는 웹예능콘텐츠 ‘판벌려’에서 개그우먼 김영희(왼쪽부터)와 안영미, 김신영, 신봉선과 함께 일본 도미오카 고등학교 댄스부의 ‘칼군무’를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컨텐츠랩 비보 제공

“애하고 시어머니가 없어서 방송을 못 한다.”

방송인 송은이(45)가 종종 했던 우스갯소리다. 40대 미혼 중년 방송인은 가족 관찰예능프로그램이나 고부갈등 토크쇼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는 서글픈 농담이다. 송은이는 주저앉지 않았다. 일이 없어 방황하던 후배 개그맨 김숙과 팟캐스트 방송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송은이가 기획한 코너 ‘김생민의 영수증’이 큰 인기를 모아 지상파 방송에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송은이는 좀 더 판을 벌리기로 했다. 콘텐츠기획제작회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온라인채널 비보TV를 통해 ‘쇼핑왕 누이’, ‘판벌려’ 등 웹예능콘텐츠를 선보였다. ‘판벌려’에서 후배 개그우먼들과 재현한, 일본 도미오카 고교 댄스부의 ‘칼군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스타들이 더 이상 기성 방송사의 섭외를 기다리지 않는다. 방송사의 간택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기획자로 거듭나고 있다. 팟캐스트,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유통채널이 각광 받으면서 송은이처럼 기획자 겸업 연예인이 점점 늘고 있다. 방송 경험으로 터득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주류 방송에서는 시도하지 못하는 참신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와 드라마 ‘푸른거탑’(2013)으로 알려진 배우 백봉기는 촬영장 밖에서는 크리에이터로 변신한다. 게임과 신제품 개봉, 먹방 등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꾸며 온라인채널을 통해 ‘송출’한다. 배우 수입보다 크리에이터 벌이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작품 공백기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됐다. 백봉기는 “채널은 한정돼 있는데 연예인이 점점 늘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졌다”며 “설 자리 없는 연예인들이 직접 기획에 나서는 현상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주류 콘텐츠가 주류 매체에 진출하는 사례도 연예인이 영상 콘텐츠 기획에 도전하는 이유다.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며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고,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주류 매체에 선보일 기회가 커지고 있다.

주류 방송은 이런 트렌드를 역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틀을 깨기 위해 연예인을 기획자로 내세운 경우다. 케이블채널 XtvN의 예능프로그램 ‘돌아이어티-슈퍼TV’ 는 방송에 출연하는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가 아이템을 제작진과 함께 기획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템이 소진돼 주류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 더 이상 새로움이 없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니고 대중과 가깝게 호흡하는 연예인 기획자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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