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회장이 운영하던 경남기업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도록 금융회사에 부당한 압력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58)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포괄적인 감독 권한을 가지는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계기로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대출 및 기업 구조조정 의사결정 권한 등을 침해해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4월 농협 은행장 및 부행장에게 경남기업에 대한 여신 지원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농협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경남기업에 170억원을 대출해 줬다.
그는 대출 압력 행사과정에서 농협에 10년 치의 여신심사자료 제출을 요구해 농협 직원들이 A4용지 30박스 분량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김 전 부원장보의 모든 혐의에 대해 “금융시장 안정화라는 목적 하에 금감원 금융기업개선국장으로서의 일반적 직무권한 내의 일이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출 불가로 심사가 종료됐음에도 농협의 담당 직원을 다시 불러 경남기업에 대한 여신지원 요청을 한 부분에 대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단기간 수 차례 여신 지원 요청을 받으며 신속한 의사결정까지 독촉 받는 이상 금감원 협조 요청을 단순한 권고나 조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실상 종결된 대출신청을 다시 심사하라는 압박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보가 대출을 거절하던 농협에 여신 승인 절차를 문제 삼으며 10년치 여신심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경남기업 대출을 압박하기 위한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가 부원장보로 승진하기 위해 성 전 회장의 청탁을 받아 금융기관 등에 압박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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