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게 된 북한 피겨스케이트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4개월 만에 국제 대회 은반에 모습을 드러내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렴-김 조는 이날 경기에서 쇼트 프로그램 4위를 차지해 26일 프리경기 결과에 따라 메달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렴-김 조는 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7~18 ISU 피겨스케이팅 대회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65.25점(기술 35.97, 예술 29.28)을 기록 11개 팀 중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64.52점)를 0.73점 경신했다. 3위와는 1.25점 간발의 차였다. 1위는 애슐리 케인-티모시 레덕(미국ㆍ66.76) 조가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김규은-감강찬 조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감강찬이 전날 연습 중 어깨를 다쳐 기권하고 평창올림픽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렴-김조는 이날 경기에서 6번째로 나와 ‘어 데이 인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연기했다. 먼저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의 점프를 도와 공중에 던지는 스루 트리플 살코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또 여러 회전을 결합한 콤비네이션 스핀, 남자 선수의 손을 잡은 여자 선수가 얼음판과 거의 수평으로 누워 회전하는 데스 스파이럴 등 나머지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연기를 마친 두 선수는 만족한 듯 밝은 표정으로 관중에게 인사했고 김주식은 키스앤드크라이 존으로 걸어가면서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2그룹 연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7팀 가운데 중간 순위 1위였다. 하지만 강팀들이 대거 포진한 3그룹의 연기가 진행되면서 순위가 뒤로 밀렸다.
렴-김 조는 지난해 9월 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페어 종합 6위에 오르며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확보했지만, 올림픽 출전 신청 마감일인 지난해 10월 말까지 출전권을 사용하지 않아 출전권은 일본이 대신 가져갔다. 그러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출전이 결정되면서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ㆍ아메리카ㆍ아프리카ㆍ오세아니아 대륙의 피겨 선수들이 메달을 겨루는 연례 대회다. 매년 2월에 열리지만 올해는 평창올림픽 때문에 조금 앞당겨 진행됐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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