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평창인지, 평양인지 왈가왈부가 많습니다. 동계 올림픽을 두고 하는 말로서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는 주장들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의 말잔치랄까 수사(修辭)를 보며 저도 제 생각을 담은 말의 수사를 펼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창인지 평양인지를 얘기할 때 공통점은 발음의 ‘평’입니다. 그래서 저도 ‘평’을 고리로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평창(平昌)과 평양(平壤)을 넘어서 평화(平和)로 가자!”고.
저는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발언을 우리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본의 극우적, 국수주의적 정치인도 똑같이 했습니다. 위안부 합의 파기냐 아니냐의 문제로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을 때 평창 올림픽을 깎아 내리고 싶은 사람의 아주 기분 나쁘고도 무도한 발언이지요. 남북이 하나 되고 평화로운 것이 지극히 싫거나 배가 아픈 나라들과 사람들이 쏟아내는 발언입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우리의 현 정부와 대통령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 정부와 대통령도 올림픽을 정치와 외교 차원에서 활용을 하고자 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분들과 이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바로 앞에서 활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활용과 이용의 차이는 있을 겁니다. 우리 어감에 활용(活用)은 좀 좋은 뜻이 있고 이용(利用)은 좀 나쁜 뜻이 있지요. 선용(善用)과 악용(惡用)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목적이나 공익을 목적으로 올림픽을 이용하면 활용과 선용이 되는 것이고, 나쁜 목적이나 사익을 목적으로 이용하면 그야말로 이용과 악용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올림픽이 좋은 목적으로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목적이면 활용과 선용이 되겠습니까? 올림픽이 평화에 이바지한다면 선용이고 활용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므로 정부와 여당은 진정 올림픽이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활용을 해야 할 것이고, 야당은 견제와 협조를 통해 올림픽이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평화가 어떤 이익보다도 가치 있고 그래서 중요하며 어떤 이념보다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미국에 살 때 느꼈습니다. 미국에 살 때 다른 곳이 아닌 세계 정치외교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 DC에서 살았는데 우리의 외교관들을 그때 거기서 만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마침 그때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죽었고, 지금의 통일부가 생기기 전 북한과 회담을 했던 외교부의 어느 외교관과 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남북으로 갈라짐으로 인해 외교 무대에서나 국가적으로나 남과 북 모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손실이 많은지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한 나라를 이뤘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 생각하면 분열의 대가가 엄청나다는 거지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이 목적을 위해 나름대로 일해 왔습니다.
또 얘기하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그리고 국방을 위해 들어가는 돈과 여타의 국가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어떤 이익과 이념도 그보다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전쟁이 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림픽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이것이 북한의 평화공세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리 되지 않도록, 그리고 평화의 기회, 곧 평창을 넘고 평양을 넘어 평화로 갈 수 있도록 우리는 한 편으로 조심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공을 들여야겠습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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