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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짤’해라…대화금지 카톡 ’고독한 ㅇㅇㅇ방’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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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짤’해라…대화금지 카톡 ’고독한 ㅇㅇㅇ방’ 인기

입력
2018.01.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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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채팅방에 입장하는 순간, 문자 자판 사용은 금지된다. 대화를 하는 순간 강퇴(강제 퇴장) 당하기 때문이다. 채팅방의 사람들은 새로운 참가자가 입장하면 ‘짤(이모티콘처럼 쓰는 이미지)’로 반겨주고 나갈 때도 짤을 올리며 슬퍼한다. 채팅방은 금세 몇 백장의 사진들로 채워진다. 고독하게 사진으로만 대화하는 이 채팅방은 최근 유행하는 ‘고독한 ㅇㅇㅇ’ 오픈카톡방이다.

고독한 박명수 방에 새로운 사람이 입장하자 기존 참여자들이 짤로 환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고독한 박명수 방에 새로운 사람이 입장하자 기존 참여자들이 짤로 환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나갈 때 슬프게 울어주세요'라는 이름의 참여자가 고독한 유준상 방을 나가자 기존 참여자들이 슬프게 우는 유준상의 사진들로 배웅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나갈 때 슬프게 울어주세요'라는 이름의 참여자가 고독한 유준상 방을 나가자 기존 참여자들이 슬프게 우는 유준상의 사진들로 배웅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최근 말 없이 사진만 올리는 오픈카톡 ‘고독한 ㅇㅇㅇ방'이 인기다. 오픈카톡은 메신저 앱 카카오톡의 기능 중 하나로 관심사에 따라 많게는 1,000명까지의 인원이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고독한 ㅇㅇㅇ방’에선 말 없이 관심사 ㅇㅇㅇ에 대한 사진만을 올린다. 관심사는 연예인, TV 프로그램, 동물, 음식 등 다양하다. 이 유행은 일본 음식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명의 오픈카톡을 개설해 그날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됐다.

'고독한 미식가'방에서 한 참여자가 식당 정보를 글로 전달하자 다른 참여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고독한 미식가'방에서 한 참여자가 식당 정보를 글로 전달하자 다른 참여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방에 따라 감탄사 등의 대화를 허용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말 없이 사진 올리기에 집중한다. 규칙을 잘 모르는 참여자가 실수로 말을 꺼내면 사진으로 조용히 경고를 주는 경우도 있다.

절묘하게 이어지는 전광렬의 사진들로 사람들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절묘하게 이어지는 전광렬의 사진들로 사람들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다양한 상황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사진들로 참여자들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다양한 상황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사진들로 참여자들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인기가 많은 방은 짤로 대화하며 서로를 웃길 수 있는 ‘고독한 전광렬’, ‘고독한 무한도전’ 방 등이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준 배우 전광렬의 사진에 자막이 입혀진 짤들은 어떤 상황에도 웃음을 자아내고, 무한도전 또한 멤버들의 희로애락이 강조된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고독한 박명수’, ‘고독한 짱구’ 방도 인기다. 인기 있는 방들은 1,000여 명의 참여 인원이 항상 꽉 차 있어 입장하려면 유명 공연의 취소 좌석을 예매하듯 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를 노려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고독한 전광렬 방에 들어가려 30분 동안 눈치를 보며 기다렸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독한 태민' 방에서 한 누리꾼이 특정 사진을 요구하자 또 다른 참여자가 '그런 사진 없다'고 짤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고독한 태민' 방에서 한 누리꾼이 특정 사진을 요구하자 또 다른 참여자가 '그런 사진 없다'고 짤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유명 연예인들의 예쁜 사진이나 동물들의 힐링 사진을 얻기 위한 고독방도 있다. 특정 연예인의 방은 일정 수준의 ‘팬심(Fan心)’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연예인의 생년월일이나 데뷔 일자 등을 조합한 입장 비밀번호를 제시한다. 입장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모이기 때문에 입장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참여자들은 연예인들의 특정 사진을 구하기 위해 구체적인 날짜나 모습의 사진을 짤로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도 짤로 이뤄진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의 사진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 방에서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독한 박명수 방에 전광렬 사진이 올라오자 기존 참여자들이 냉대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고독한 박명수 방에 전광렬 사진이 올라오자 기존 참여자들이 냉대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고독한 유준상 방에 박명수 사진이 투척되자 기존 참여자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고독한 유준상 방에 박명수 사진이 투척되자 기존 참여자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특정 연예인 방에 다른 연예인 짤이 침입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고독한 박명수 방에 전광렬이 등장하거나 고독한 유준상 방에 박명수 사진이 나타나는 식이다. 타 방의 참여자가 방의 성격과 맞지 않는 짤을 놀리듯 투척하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당황함을 표현하는 짤로 응수한다. 서로 놀리듯 대화가 이어지다가 두 사람을 합쳐 새로운 오픈카톡을 개설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오모(24)씨는 “사람들이 방을 건너 다니며 노는 모습을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이 보는데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누리꾼들은 ‘고독한’이란 유행의 이름과 다르게 사진으로 시끌벅적한 놀이문화를 펼치고 있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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