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쯤으로 예상됐던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가 그 시기를 대폭 앞당겨 오는 4월 말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여당인 통합사회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국영 V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친정부 성향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는 이날 선거 당국이 늦어도 4월 30일까지 대선을 실시하도록 명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 참석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에 앞서 취재진에게 “통합사회당이 나에게 요청할 경우, 재선을 위해 출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통합사회당 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도 앞서 열린 제헌의회 회의에서 “우리에겐 오로지 한 명의 후보자만 있다”며 사실상 마두로 대통령의 출마가 기정사실임을 시사했다.
조기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잇따라 패배, 결집력이 약화한 데다 마두로 대통령과 겨룰 만한 주요 야당 인사의 출마는 원칙적으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지당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는 가택 연금 상태에 있고, 정의제일당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또한 이미 공직 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아울러, 작년 12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불참, 제헌의회로부터 “정당으로서 법적 지위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는 포고령을 받았던 주요 야당 3곳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
중남미 국가들은 베네수엘라 조기 대선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리마 그룹은 이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회의를 연 뒤, “현 상황에서 치르는 대선은 합법성이 부족할 수 있다. 먼저 정치범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마 그룹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마두로의 재선 출마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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