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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공분시킨 7세 여아 강간살해범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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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공분시킨 7세 여아 강간살해범 체포

입력
2018.01.2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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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범행 2주만에 덜미

분노한 여론, 정부 규탄 집회

온라인선 ‘파키스탄판 미투’ 확산도

지난 18일 강간살해사건 피해자 자이나브 안사리(7)의 부친 모하메드 아민이 AP통신과 인터뷰 도중 딸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카수르=AP 연합뉴스
지난 18일 강간살해사건 피해자 자이나브 안사리(7)의 부친 모하메드 아민이 AP통신과 인터뷰 도중 딸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카수르=AP 연합뉴스

지난 9일 파키스탄 중부 펀자브 지방에서 7세 여아를 강간 살해해 전국적인 공분을 불러 일으킨 범인이 범행 2주만인 23일 체포됐다.

파키스탄 경찰당국은 이날 펀자브주 카수르시에서 자이나브 안사리(7)를 강간한 후 목을 졸라 살해, 사체를 쓰레기장에 유기한 혐의로 ‘모하메드 임란’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범행을 자백했으며 피해자 자이나브와 같은 지역에 사는 남성이었다. 경찰은 아랍권 보도전문방송 알자지라에 “범인은 한 차례 용의자로 체포된 적이 있으나 당시는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직후 수염을 전부 깎아 당국의 수사선상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파키스탄 전역에서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범행의 주체가 붙잡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피해자 자이나브의 부친 모하메드 아민은 지방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범인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붙잡힌 범인이 이 지역에서 이전에 벌어진 여아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자이나브의 사망 사건은 이미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킨 상태다. 주민들은 끔찍한 사건에 격분해 경찰의 무능과 정부의 실패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카수르시는 자이나브의 사망 이전에도 어린 여성 11명이 잔혹하게 살해당했지만 범인을 붙잡지 못했기에 주민들의 분노가 더욱 컸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지난 10일 펀자브주 시민들은 당국이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주총리격인 수석장관 셰바즈 샤리프의 사무실을 침탈하고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파키스탄 내 다른 도시에서도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현지 방송은 순수한 미소를 짓는 자이나브의 생전 사진과 무기력하게 늘어진 채 쓰레기장에 버려진 그의 시신을 나란히 배치하며 분노를 더욱 끌어올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중앙정부도 급히 대응에 나섰다. 파키스탄 상원 내무상임위원회는 이번 주 들어 카수르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여아 살해 사건까지 다루는 청문회를 개시했다.

동시에 성범죄에 침묵하는 파키스탄의 보수적 문화를 향한 문제도 제기됐다. 파키스탄 소셜미디어에선 ‘자이나브를 위한 정의(#JusticeForZainab)’ 해시태그가 유행하더니 급기야 파키스탄판 ‘미투’ 운동으로 발전했다. 파키스탄 내 유명 여성들은 어린 시절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성범죄 사실을 밝혀도 피해자를 낙인 찍는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성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가해자들은 별 피해 없이 벗어나고, 무능한 경찰도 성범죄 단죄에 소극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파키스탄 패션디자이너 마힌 칸(73)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이슬람 경전 쿠란을 가르친 성직자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훨씬 전부터 일어났어야 했다. 이 문화를 비판하지 않아서 작은 소녀의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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