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착오로… 심석희 폭행 이어 또 논란
‘세상 떠난 동생과 약속…’ 물거품
얼마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여자대표팀 주장 심석희(21)를 폭행해 논란을 빚었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또 구설에 올랐다.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29)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빙상연맹은 지난 해 10월 국내선발전을 통해 3명이 함께 뛰는 여자 팀 추월 대표로 김보름(25ㆍ강원도청), 박지우(28ㆍ한국체대), 노선영을 뽑았다. 3명은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 출전했는데 김보름과 박지우는 매스스타트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딴 반면, 노선영은 개인 종목 출전권을 놓치고 여자 1,500m에서만 예비 2순위에 들었다.
ISU 규정에 따라 개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만 올림픽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파악한 빙상연맹은 대회 개막을 20여 일 앞둔 지난 20일에야 노선영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더구나 노선영은 지난 해 말 자신이 팀 추월에 나설 자격이 되는지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문의했지만 문제없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연맹이 진작 정확한 사실을 알려줬다면 노선영이 1~4차 월드컵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따기 위해 개인전에 더욱 집중할 수도 있었다.
노선영 대신 다른 선수로 팀을 꾸려야 하는 여자 팀 추월도 당장 비상이 걸렸다. 현재 개인 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는 이상화(29)와 박승희(26ㆍ이상 스포츠토토), 김현영(24ㆍ성남시청) 등 단거리 선수다. 여자 팀 추월은 총 2,400m를 3명이 함께 뛰는 종목이라 선수 간 호흡과 조직력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고 실전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새 선수가 들어오면 팀워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후보인데 팀 추월 문제로 심리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중지를 모아 준비할 것이다. 박승희나 김현영 중 한 명을 새로 발탁해 팀 추월 대표팀을 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선영은 2년 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대표팀 노진규의 친누나다.
그는 “하늘에 있는 진규를 위해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펼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빙상연맹의 어처구니없는 처사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꿈을 접게 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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