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급 시계수리공, 40년 경력의 이준희씨
가죽 수선의 달인, 37년 경력 조용달씨
블로거ㆍ마니아들이 인정한 손재주꾼
백화점ㆍ외국인 단골확보한 실력파
“지방에도 실력 있는 기능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시계수리기능사 이준희(60)씨와 가죽제품 수선전문가 조용달(54)씨는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서 ‘신의 손’으로 통한다. 다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시계도 이씨의 손을 거치면 째깍째깍 돌아간다. 다 헤진 명품 가죽가방은 조씨 손을 통해 새것처럼 부활한다.
이씨와 조씨는 둘 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대적인 광고나 거창한 매장 운영보다는 이용자들의 입 소문을 타고 그 실력 인정받았다. 7년 전쯤 유명 블로그에 통해 소개되면서 서로 알게 됐다. 시계와 가죽,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안면을 트고 가끔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된 것도 블로그 덕분인 셈이다.
이씨가 시계수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나이 20살이 되던 해부터다. 호구지책으로 월급도 없이 어깨너머로 배웠다. 매의 눈과 같은 예리한 눈과 섬세한 그의 손을 거치면 새것처럼 움직였다. 1987년 교동시장에서 수리점을 차렸다. 고객들이 시계판매점에 수리를 의뢰한 것을 넘겨받아 고쳐주는 게 주업무였다. 5년 전엔 주얼리골목 입구로 점포를 옮겼다. 요즘은 교동시장뿐 아니라 전국에서 수리를 의뢰해 온 것들로 넘쳐날 정도다.
외국인들도 단골이 됐다. 이씨는 “4년 전 여행 중인 중국인이 의뢰한 시계를 반나절만에 수리했는데, 1년 뒤에 다시 방한해 고장 난 명품시계 8개를 다시 맡겼다”며 “제 실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한국여행길에 나서며 집안과 친지들 고장 난 시계를 다 들고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도 시계수리기능사 자격증이 있고 경북도지방기능경기대회 은상, 전국기능경기대회 동메달도 땄지만 이런 상이나 ‘증’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씨보다 어린 16살부터 가죽수선에 투신한 케이스다. 1992년 교동시장에 자리를 잡고 한 순간의 외도 없이 한 길을 걷고 있다. 그의 매장은 33㎡ 남짓한, 좁고 허름하지만 실력만큼은 ‘명장’급이다. 백화점이나 명품숍을 통해 수선을 맡긴 것들이 대다수다. 명품이라고 수선비를 터무니없이 받지 않고 적정하게 받는 게 일감이 몰리는 비결이다.
외국인 단골이 많은 것은 6년 전 한 30대 미국 여성이 맡긴 명품가방을 말끔하게 수선해 주면서부터다. 조씨는 “너무 낡아 수선이 간단치 않았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가방이라는 말을 듣고 수선에 나섰다”며 “가방을 완전 분해해 가죽을 잘 펴고 낡은 부분에 같은 무늬의 가죽을 덧대 수선했더니 ‘원더풀’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입 소문 덕분인지 그 이후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돈이나 명예도 좋지만 무엇보다 고객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크고 화려한 매장을 갖진 못했지만 실력만큼은 그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대구가 의료관광의 도시로 알려진 것처럼 ‘장이’들의 재능도 관광상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대구시도 숨어 있는 ‘장이’를 찾아내 지역 특산물처럼 활용한다면 기꺼이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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