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회피 석유제품 옮겨 실은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대상으로 정한 북한 선적 유조선과 도미니카공화국 유조선이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 해상에서 화물을 옮겨 싣는 모습을 일본 해상자위대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자위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요청으로 우리 서해상까지 북상, 북한선박 감시활동을 강화해 불법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ㆍ러시아의 대북 불법거래를 감시하는 데에서 한ㆍ미ㆍ일 대신 미ㆍ일 공조가 부쩍 강화되는 형국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3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북한의 해상밀수 의심행위를 감시하던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지난 20일 상하이 주변 해상에서 선박을 멈춰놓고 환적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북한이 대북제재 회피행위를 하는 증거로 보고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도(共同)통신도 해상자위대가 현장을 촬영해 관련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화물은 석유제품일 가능성이 크고 도미니카공화국 선적의 유조선은 중국 기업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해상에서 선박간 환적하는 방법으로 밀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선 선박간 불법 환적을 막을 수단을 포함해 북한의 해상밀수에 대응하기로 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자세한 설명은 자제하면서도 “안보리 결의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미국 등과 긴밀하게 연계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사한 사례가 미국ㆍ일본 정부 및 양국 언론을 통해 잇따라 공개되면서, 북한의 밀거래 감시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을 배제한 가운에 미국과 일본의 공조가 크게 강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극우성향 산케이(産經)신문은 밴쿠버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 실시의 적절한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취지로 강한 의욕을 표명했으나 미국ㆍ일본ㆍ영국 외교장관들이 ‘시기상조’라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제재를 늦추려는 한국 움직임을 이들 세 나라가 주도적으로 막아서 공동의장 성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미 정보당국을 인용, 지난해 12월 중국의 요구로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서 제외된 중국인 소유 선박 6척이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와 베트남을 오가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 신문은 북한 항구를 입출항할 때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는 수법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를 따돌리려 했으나, 미국의 감시에 걸렸다고 덧붙였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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