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궁에 140개 기업 초청
세련된 이미지 내세워 환심
21세기 ‘태양왕’ 처럼 거만하게 행동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대외행사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뻔뻔하게 협박하는 방식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를 얻어내는 것과 달리, 프랑스의 세련된 이미지를 내세워 환심을 사는 마크롱 특유의 접근법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프랑스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자랑하는 ‘베르사유 궁전’에 도요타, 소니, 페이스북 등 140개 다국적 기업 경영자를 초청해 프랑스 투자를 독려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과는 일대일 면담을 가졌다. 프랑스 언론은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2014년 비슷한 행사를 열었지만 그 규모는 이번의 4분의1에 그쳤다고 전했다.
투자 은행가 시절 쌓은 마크롱 대통령의 섭외능력과 끈질긴 노력 덕분인지 ‘프랑스를 선택하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 행사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은 투자 약속으로 화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유럽의 두 번째 인공지능(AI) 연구 센터를 수주 내에 프랑스에 열기로 했다. 구글은 현재 스위스 취리히에만 AI 연구센터를 두고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파리에 360명의 인력을 증원키로 했다. 구글은 또 프랑스 전역에 구글 허브 4곳을 열어 온라인 기술과 무료 디지털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페이스북도 프랑스 AI센터에 향후 5년간 1,000만유로(약 131억원)를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 독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SAP도 향후 5년 간 프랑스에 20억유로(약 2조6,266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의 결정은 마크롱 대통령의 과감한 친기업 정책과도 관계가 깊다. 그는 취임 이래 고용주의 해고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노조의 협상권을 약화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주요 기업의 프랑스 투자 결정이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정상적 세금을 내도록 압박해 온 유럽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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