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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자살한 7만명 심리 부검… 국가 차원 대책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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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자살한 7만명 심리 부검… 국가 차원 대책 세운다

입력
2018.01.23 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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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6명꼴… OECD 1위 오명

자살 동기ㆍ특성 전수 분석 나서

고위험군 발굴해 적극 대처키로

공무원 등 예방도우미 100만명 양성

자살 유해정보 유통땐 처벌 강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2일 오전 강원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녀 4명이 집단 자살을 시도해 여성 1명이 숨지고 남성 3명은 혼수 상태로 발견됐다. 비슷한 시각, 배우 전태수씨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공간은 추모의 글로 물들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연간 하루 평균 36명, 연간 1만3,09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수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만큼 자살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고 자살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지난 5년간 자살사망자 7만명을 심리부검해 자살자들의 동기와 특성을 처음으로 전수 분석에 나선다. OECD 평균 2.4배나 높은 자살률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의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자살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게이트키퍼 100만명도 양성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오전 8시3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하고,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그간 자살 예방을 위한 단편적인 대책은 있었지만, 이를 국정과제로 삼고 복지부 외에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범정부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자살사망자 7만명, 경찰 수사기록으로 심리부검

정부는 2012년부터 2016년 사망한 자살자 7만명을 경찰수사기록을 활용해 전수조사해 심리부검에 나설 계획이다. 자살자들의 동기 파악뿐 아니라 경제상황, 고용 및 혼인상태, 질병, 자살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 등을 분석해 근거 기반 자살예방 정책을 만들기 위함이다. 자살동향 감시체계도 구축해 자살 집중 발생지역에 대한 즉시 대응, 단기성과 모니터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핀란드는 심리부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국가 자살예방 전략을 만들어 시행한 결과 14년 만에 자살률이 절반 가량 낮아졌다”며 “가령 A지역은 동일아파트 내 연속 투신이 많고 B지역은 20대 자살률이 두드러지는 등 특성이 파악되면 그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살고위험군을 발굴하도록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게이트키퍼는 주변인과 대화하며 자살 위험 신호를 인지하면, 자살을 하고 싶은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해 고민을 듣고 자살 위험도에 따라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중앙ㆍ지방 공무원들은 올해부터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이 의무화되며, 종교기관 및 시민단체,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 이ㆍ통장, 독거노인생활관리사ㆍ방문간호사 등 방문서비스 제공인력을 우선 교육해 게이트키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자살의 주요 원인인 우울증은 현재 국가건강검진시 40, 66세 대상 1차 문답 후 필요시 검진이 이뤄지는데 올해 1월부터 40,50,60,70세로 연령을 확대하고 모두 검진을 받도록 확대했다. 또한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우울증 스크리닝(1차 검진)’을 강화하기로 했다. 충북 충주시의 경우 노인 우울증 스크리닝 정책으로 2010년 당시 인구 10만명당 35명 수준이던 노인자살률을 2016년 23명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자살고위험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에 등록돼 보건복지 기관간 지원이 연계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제공

연예인 1대1 상담… 치매환자 가족은 휴식 등 맞춤형 지원

이번 대책은 현재 인구10만명당 자살률 25.6명을 2022년까지 17.0명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은 만큼 실질적 효과를 위해 대상별, 연령별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유명연예인 등의 자살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연예인 및 연습생 등에 대한 1대1 심리상담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유명인 자살사건 발생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이해 언론브리핑 및 언론기관 협조효청, 모니터링 및 대응 등을 포함하는 공동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노동자 및 실직자들을 위해 고용부는 60인이상 사업장 및 800억 이상 건설현장에는 사업장 보건관리자 6,408명을 선임해 교육한 다음,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시 자살예방 상담을, 사고나 동료 자살에 따른 직업적 트라우마도 상담 지원을 강화한다. 올해 3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사업장 컨설팅, 직무스트레스 예방실태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직업상 고위험 자살군인 경찰관들의 상담지원을 위해선 마음동행센터를 현행 6개소에서 2022년까지 18개소로 확대한다. 소방공무원 자살자에 대해선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소방공무원을 위한 복합 치유센터도 건립된다.

연령별로 보면, 노인의 자살률이 심각한 만큼 독거노인의 우울증 치료 및 집단상담 프로그램, 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치매환자 가족을 위해선 휴식지원 서비스가 강화된다. 초ㆍ중등학생을 위한 청소년 심리부검 요원이 양성되고, 교육부는 교원들의 정신건강 역량 강화 연수ㆍ교육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총리실이 주도 아래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 협의회’ 차관회의를 분기별로 열어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복지부에는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 정부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우리 국민이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 맞는 삶의 질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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