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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 1세대’는 ‘헝그리’ 하지 않았다

입력
2018.01.23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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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애환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애환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키점프 하면 열에 아홉은 영화 ‘국가대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는 주제곡 ‘버터플라이(butterfly)’의 가사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영화는 스키점프를 대중에 깊게 각인했지만 현실과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이를 알면 평창올림픽 때 스키점프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영화와 달리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은 ‘헝그리’하게만 운동하지 않았다. 한국의 ‘스키점프 1세대’ 출신으로 영화에서 주연 하정우 대역을 했고 기술 자문도 맡았던 김흥수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위원장은 “1991년 무주가 평창올림픽 유치에 뛰어 들며 스키점프대가 처음 만들어졌고 전북 연고 대기업이 스키점프 꿈나무를 육성했다. 우리는 외국인 코치와 훈련 파트너가 있었고 해외 전훈도 다녔다. 엘리트 코스를 단계별로 밟았다”고 했다.

영화 제작진은 극적 반전을 위해 ‘각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에 선수들이 올려놓은 각종 훈련 모습 등 ‘증거(?)가 될 만한 사진을 모두 내려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들. 스키점프 국가대표 강칠구, 최용직, 김현기, 최흥철과 당시 최돈국 감독(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들. 스키점프 국가대표 강칠구, 최용직, 김현기, 최흥철과 당시 최돈국 감독(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규정과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영화에서 남자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4명이 잇달아 도약을 하는데 이는 재미를 위한 장치다. 실제로는 각 나라별로 1명씩 번갈아 뛴다. 영화에서 한국의 1차 시기 마지막 주자 강칠구 차례 때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며 경기장이 짙은 안개에 휩싸이는데 심판진이 경기를 강행해 결국 강칠구는 착지 도중 심한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주리(juryㆍ심사위원단) 멤버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안개, 강풍, 폭설 등 기상이 악화되면 주리룸에서 절대 선수를 뛰게 하지 않는다. 일단 경기를 멈췄다가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강칠구의 부상으로 2차 시기에 강봉구가 대신 출전하지만 실제로는 경기 시작 뒤 선수 교체는 불가능하다.

한편, 영화의 모델이 된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금도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팀의 막내였던 강칠구(34)만 2016년 은퇴 후 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나머지 3명인 최흥철(37), 최서우(36ㆍ최용직에서 개명), 김현기(35)는 평창에서 1998년 나가노 대회 포함 6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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