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면 태산리 일대 7,400여㎡ 규모 지난해 말 허가
인근 400~850m 거리에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주민들, 악취 고통 살게 될 것이라며 철회 촉구
세종시가 대규모 축사 신축 허가를 내주자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가뜩이나 나쁜 생활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2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장군면 태산리 일대 7,463㎡ 부지에 4,328㎡ 규모의 축사 4개동 신축계획을 허가했다. 이는 소 100여마리를 키울 수 있는 적지 않은 규모다.
축사 신축 허가 소식을 뒤늦게 들은 인근 의랑초 학부모와 주민들은 지난 19일 집회를 열고 “마을과 학교가 온통 축사로 둘러싸여 일년 내내 악취의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근에 학교와 마을회관이 있는 데다 지금도 불편을 겪고 있는 악취와 미세먼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축사 신축 예정지가 의랑초와는 850m, 마을회관과는 불과 400m 가량 거리에 있고, 이미 의랑초에서 800여m 거리에 축사가 들어서 악취와 해충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또 마을로부터 1.7㎞ 거리에 있는 시멘트 공장 탓에 미세먼지와 분진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악취와 분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축사가 또 들어서면 24시간 분뇨악취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들은 축사가 들어서면 정주 여건이 나빠져 주민이 떠나고, 학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내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태산리 인구가 고령화로 감소하다 최근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귀농인구가 늘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마당에 축사가 들어서면 외지인이 오기는커녕 있던 주민들도 떠날 것이라는 얘기다. 주민들은 또 청정하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춘 농촌형 전원학교인 의랑초가 악취로 주민들이 떠나면서 자칫 폐교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들은 신축 예정지가 대교천과 가까운 논으로 지대가 낮다 보니 우천시에 자주 침수되는데 축사 오물이 범람하면 하천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러면서 시가 주민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축사 신축 허가를 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주민은 “여러 문제들이 예견되는데도 신축 허가를 내줬고, 당사자인 마을주민과 학부모에게 사전설명회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따졌다.
주민과 의랑초학부모회는 시가 축사 신축 허가를 철회할 때까지 축사반대 자필 서명 및 탄원서 제출, 항의 집회 등 강력한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인허가를 내준 지역은 소, 젖소, 말 등 3가지 축종이 가능한 일부 사육제한 구역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지금으로선 축사 신축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며 “제도와 현실의 괴리로 같은 민원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법령 정비 등 제도적 보완책을 찾아 정부에 제안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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