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안 강화 암호화폐 맞다”
정부는 화폐 불인정 “가상통화”
용어 통일 안돼 시장 혼선 부채질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으로 시작된 소위 가상화폐 광풍에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 들며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혼란스러운 것은 명칭입니다. 정보기술(IT)업계와 학계에서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고집하는 반면 정부는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를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가상화폐라고 적지만 기사 출처에 따라 암호화폐, 가상통화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암호화폐를 주장하는 업계에서는 “기존 가상화폐는 보안에 취약했는데 분산공공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게 비트코인이고, 이더리움 등 나머지는 비트코인에서 줄줄이 파생했으니 암호화폐가 적확하다”고 설명합니다. 가상화폐가 보다 큰 개념이고 암호화폐는 그 중 더 진보한 개념이라는 겁니다.

이들이 가상화폐(또는 통화) 개념의 기원으로 꼽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1998년 내놓은 PC게임 ‘리니지’의 게임 속 재화 아데나입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논문을 이미 2003년에 썼는데, 그동안 눈길도 안 주다 이제야 논란이 벌어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암호화폐로 통용되는 것도 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영어로 번역하면 해외에서는 ‘한국은 게임 머니로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상통화란 용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정부 부처들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화폐란 명칭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양도소득세 등 과세를 준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형자산이라면 과세가 가능하지만 화폐는 그 자체가 교환수단이라 과세할 수 없습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로 폄하하는 것은 우리 과학기술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준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상통화가 맞을까요, 아니면 암호화폐가 본질일까요. 통일되지 않은 용어가 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