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이익 공유한 이웃” 표현 삭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올해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는 정기국회 시정연설의 한국 관련 언급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위안부합의 재평가 및 추가조치 요구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 관련 긍정적 표현의 분량도 전년보다 줄어,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한국을 깔아뭉개려는 의중을 그대로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간 국제약속, 상호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만 언급했다. 일본 외교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나, 한ㆍ미ㆍ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은 삭제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뒤엎은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대한 강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란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국가간 약속을 무력화시킨 주체란 점을 에둘러 공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을 의도적으로 격하ㆍ홀대한 시정연설을 바탕으로 아베 정부는 위안부 합의이행과 관련, 기존 주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시정연설에서 올해 150년을 맞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염원인 개헌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그는 이날 사재를 쏟아 치수와 삼림 조성을 한 메이지시대의 사업가 긴바라 메이젠(金原明善·1832~1923)를 거론하면서 “많은 사람의 힘을 결집해 만든 삼림이 지금도 비옥한 평야의 수호신이 됐다”고 그를 추켜 세웠다. 이어 “국가의 형태와 이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은 헌법이다. 50년, 100년 앞의 미래를 응시하는 국가 만들기를 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근대화의 출발점인 메이지 유신을 상기시켜 개헌에 대한 우호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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